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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실종…내년 경제정책 손도 못댄다

입력 2016-11-16 18:26:16 | 수정 2016-11-17 05:25:11 | 지면정보 2016-11-17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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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급랭·트럼프발 악재에도 경제팀 '속수무책'
"위기 돌파 큰 그림 없으니…초안도 못 잡아"

정책 지휘체계 무너져 공무원들 '복지부동'…위기관리 속수무책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감소하고, 트럼프발(發) 금융시장 충격이 나타나는 등 안팎의 악재가 현실화되면서 내년 경제의 급격한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하루빨리 대응책을 세워 위기관리에 들어가야 하는데도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 수립조차 손을 놓고 있다. 국정 혼돈 속 리더십의 ‘진공 상태’ 탓이다.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내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으나 정부 정책수립 기능은 사실상 멈췄다. 이맘때면 기재부 관련 국·실 주도로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아젠다 세팅’과 세부 계획 수립이 한창 이뤄져야 하는데 올해는 기초 작업조차 끝내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경제정책 기조의 큰 그림이 그려져야 거기에 맞춰 세부 내용을 채울 텐데, 지금은 큰 그림을 제시할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라며 “급한 대로 구조조정, 가계부채, 부동산, 4차 산업혁명 등 가능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본적인 내용을 채우는 수준에서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더십 부재는 심각하다. 아젠다를 제시해야 할 청와대 정책라인은 ‘최순실 사태’ 이후 작동을 멈췄고, 물러날 경제부총리와 후임 부총리 후보자 누구도 전면에 나설 상황이 못 돼 정책 지휘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기적 회의도 제때 열리지 않는다. 수출대책을 논의하는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는 지난 7월 10차 회의가 마지막이었다. 다음 회의는 12월 열릴 예정이지만 준비하는 곳이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는 위기를 향해 치닫는데 위기를 관리해야 할 정책당국은 마비상태에 빠져 위기를 키우는 꼴”이라며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경제 리더십이라도 빨리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지휘 체계가 무너지면서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대선 결과 대응책 마련 등을 주문해도 일선 부처에서 전달해온 보고서는 알맹이가 빠진 채 올라오기 일쑤”라며 “대통령이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고 생각하는지 공무원들조차 일하려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부총리 주재 회의도 겉돌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와 중장기전략위원회 회의를 잇따라 열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니 이에 따른 대비를 해줄 것”이란 원론적인 당부를 반복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경제장관회의는 1시간도 안 돼서 끝났고, 최근 정부가 발표한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후속조치를 당부하는 등 원론적인 얘기가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그러는 사이 경제지표들은 바닥을 기고 있다. 생산·투자 등 실물지표는 일제히 급락하고 있고, 그동안 경기를 방어하던 소비마저 지난달 4.5% 줄어 5년7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10월 수출도 전년 대비 3.2% 줄어들며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불경기에도 비용 감축 등으로 버티던 기업들의 이익도 내리막길이다.

대외 변수는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미국 경기 부양을 위한 트럼프의 대대적인 재정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 시점과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라며 “최근 글로벌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것도 이를 선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트럼프발 인플레가 현실화하면 국내도 통화정책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곧바로 국내 경제의 취약부분인 가계부채 문제로 연결돼 경기회복 시점이 더 늦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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