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KF-16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자 변경 과정을 수사하면서 우리 군의 기밀이 외국 방산업체로 대량 유출된 정황을 포착하고 방위사업청을 전격 압수 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16일 군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에서 어제 방사청 계약관리본부를 압수 수색한 것으로 안다"면서 "KF-16 성능개량 사업자의 입찰 비리 여부 등을 수사하면서 외국 방산업체에 기밀유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에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방위사업수사부에서 계약본부 쪽을 어제 압수수색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주 영국의 BAE시스템스 한국지점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군 기밀을 상당량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방사청 계약관리본부와 관련자 자택을 압수 수색한 데 이어 영관급 장교 3명도 소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BAE시스템스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건이 나와 방사청 계약관리본부와 그곳에서 근무하는 관련자 사무실, 자택을 압수 수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로써 KF-16 성능개량 사업 과정에서 입찰규정 위반 또는 방사청과 BAE시스템스 간에 모종의 이면 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가 기밀유출 혐의로 번지게 됐다. 세계적인 외국 방산업체에 유출된 기밀자료의 등급과 수준에 따라 앞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감사원으로부터 KF-16 전투기 성능개량사업 입찰 비리와 이에 따른 1000억원대 국고 손실 의혹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벌여왔다.

KF-16 성능개량 사업은 현재 공군이 운용하는 KF-16 134대의 레이더와 임무 컴퓨터, 무장체계 등을 개량하는 사업으로, 1조8390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방사청은 2011년 8월 FMS(대외군사판매) 방식으로 KF-16 전투기 항공전자장비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듬해 7월 가격경쟁 입찰을 통해 영국의 BAE시스템스를 최종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8∼9월 미국 정부와 계약업체인 BAE시스템스가 사업 차질 위험과 업무 범위 확대 등을 이유로 최대 8000억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국회는 같은 해 11월 30일 본회의에서 KF-16 성능개량 사업이 지연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감사 요구안을 의결했다.

결국 방사청은 12월 계약업체를 록히드마틴으로 변경했고, 이에 따라 사업 착수 시기가 2011년에서 2015년으로 지연되고 기존에 집행된 8900만달러(약 1040억원)의 예산 손실이 발생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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