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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국가리스크'가 된 정치지도자들

입력 2016-11-16 10:43:58 | 수정 2016-11-16 11: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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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 발생 이후 3주일 넘게 국정붕괴
‘국가 난파선’앞 정치 지도자들, 무능·무책임·정략·여론눈치보기만
‘중구난방’식 말폭탄 쏟아내…수습은 ‘뒷전’ 혼란 부채질
위기의 진원지는 靑…대선주자·당 지도부는 위기 증폭시켜
새누리당, 여당 기능 상실 ‘두나라당’으로 갈려져 싸움만
야당은 ‘NO’만 외쳐…책임 지는 모습 사라지고 대선 셈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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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 리더십의 위기다. K스포츠·미르재단 논란이 불거진지 2개월,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이 터진지 3주일이 훌쩍 넘도록 정치지도자들은 너도나도 ‘백가쟁명’식 해법만 쏟아내고 있다. 중구난방, ‘10인10색’의 ‘말폭탄’을 내놓으면서도 수습에 팔을 걷어부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국정공백을 넘어 국정붕괴 사태가 지속되지만 대선주자들과 여야지도부는 마주 앉아 제대로 된 해법 모색도 하지 않고 있다. ‘국가 난파선’, ‘총체적 난국’ 앞에서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힘겨루기에 열중하면서 오히려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입으로는 ‘풍전등화’라고 하지만 경제·안보가 어찌되든 국가적인 혼란을 틈타 선명성 경쟁, 각자도생에 나서 선거 유·불리 셈법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물길을 트기 보다 막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 리스크’로 떠올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물론 위기의 진원지는 청와대다. 박근혜 대통령은 위기 상황에서 내놓은 수습 방안이 매번 타이밍을 놓치고, 그 내용도 번번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두차례 사과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권한 이양이나 2선 후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박 대통령은 즉각 퇴진 또는 과도내각에 권한을 이양한 뒤 내년 3,4월께 물러나는 ‘질서있는 퇴진’과 같은 정치적 선택에 의한 하야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은 정치권이 택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선 막을 수 없다. 차라리 정치가 아닌 법적 절차인 탄핵에 진퇴를 묻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 ‘한지붕 두가족’…식물·의사무능력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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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위기의 몸통이라면 정치 지도자들은 위기를 증폭,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 기능을 완전히 잃었다. 식물정당, 의사무능력정당과 다를 바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박 대통령과 ‘운명 공동체’라던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연일 주류-비주류 싸움 끝에 정당 사상 초유의 ‘한지붕 두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이정현 대표 체제를 부정하며 따로 살림을 차려 ‘비상시국회의’를 만들었다. 김무성·유승민 의원과 비주류측 대선주자 등 12명을 대표위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이 대표는 “대선주자라는 사람들 다 합쳐 (지지율이) 9%도 안되는 상황에서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이정현이만 물러나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갈라서지는 못하고 있다. 정당 창당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고, 차기 대선에서 입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비주류들이 탈당해서 제3지대 세력과 힘을 합한다고 해도, 정국을 주도하기엔 한계가 있다.

야당은 거국중립내각, 영수회담 등을 놓고 줄곧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내 주도권 싸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는 사교·요설 등 과격 주장과 독설을 내놔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No’만 외치며 ‘촛불시위’에 기대며 해법 모색을 질질 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2선 후퇴에서 즉각 퇴진으로 입장이 바뀌는 등 자고 일어나면 요구 수위가 높아진다. 일종의 ‘살라미 전술’로, 정권을 잡으려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살라미는 소금에 절인 이탈리아 소시지다. 짜기 때문에 조금씩 썰어 먹는다. 이에 빗대어 협상 테이블에서 한번에 목표를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부분별로 세분화해 차례로 각각에 대한 대가를 받아냄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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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최순실 파문’을 계기로 ‘대통령 고사(枯死) 전략’에 돌입해 정국 주도권을 내년 대선까지 이어가려는 모양새다. 확인되지 않는 의혹을 근거 제시도 안하고 폭로해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위헌적 발언도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투표에 의해 뽑혔고, 대통령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까지 내놓으라고 했다. 국군통수권은 적법한 절차 없이 특정 정치인과 정파가 내놓으라 마라 할 성격이 아니다. 문 전 대표는 “시민사회와 비상기구를 만들어 대통령 퇴진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또 “구체적인 대통령 퇴진 로드맵은 비상기구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선거를 통하지도 않고 국민이 만들어준 권력을 통째로 탈취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범법행위를 했다면 차라리 탄핵절차를 밟거나 하야를 주장하는게 옳다는 지적이 민주당 내에서 나온다. 그렇지만 탄핵에 대해 야당은 관철시킬 자신이 없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국회의원 3분의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후 헌법재판소 재판관 3분의 2(6명) 이상 찬성이 있어야 탄핵이 확정된다. 탄핵안이 국회 가결을 장담할 수 없고, 헌재에서도 탄핵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안이 헌재심판까지 거치는데 최장 6개월이 걸린다. 때문에 그 기간 극심한 국정혼란은 불가피하다.

야당, 갈팡질팡…거국내각 요구했다가 반대, 다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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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최순실 파문’이후 갈팡질팡했다. ‘문건 유출’ 파문이 일자 야당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문 전 대표가 가장 먼저 나섰다.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들이자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진상규명이 먼저”라며 거부했다. 문 전 대표도 “짝퉁 내각으로 위기를 모면할 심산”이라고 반대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2차로 사과하자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및 국회 추천 총리 수용,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거국내각 수용을 촉구한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추천 총리 후보자에게 전권을 주면 된다. 이것 하나만 받아주면 정권퇴진 운동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으나 박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 추천을 해달라고 하자 야당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다가 이젠 정권퇴진 운동 시작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어떻게 하면 사태를 더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쓰레기 속에 꽃마차를 탈까 하는 부류만 있다”고 혹평했다. 또 “정치권이 정권을 잡느냐를 두고 당리당략을 펼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며 “당장 모든 정당의 대표자들이 모여 연석회의를 열고 거국내각 총리 인선에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들도 각양각색 해법 쏟아내…‘대선셈법’ 작동

여야 대선주자들도 각양각색 해법을 쏟아내고 있지만 머리를 맞대고 국정 혼란을 막으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국정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헌법적 절차’는 탄핵뿐이라는 것이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는 탄핵에 대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하고 있다. 남 지사는 국군통수권, 조약권 등 극히 일부만 빼고 여야가 합의 추천하는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 지사는 모든 권한을 총리에게 이양한 뒤 대통령은 의전적 역할만 수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 의원은 구체적인 권한 범위에 대한 언급 없이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대통령의 탈당과 2선 후퇴 및 거국내각 구성을 주장했다.

야당 대선 후보들은 대체적으로 과도내각 구성 뒤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하는 ‘질서있는 퇴진’을 지지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먼저 선언하고, 과도내각을 구성한 뒤 중도 퇴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16일 “박 대통령은 절대로 임기를 채워선 안 된다”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에 대선을 앞당겨 치러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통령 즉각 사임 뒤 조기 대선을 주장하고 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통령 탄핵을 내세우고 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박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요청에 대해 성명을 내고 “만시지탄이지만 대통령의 결단을 인정한다”며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불과 네 시간 뒤 “총리가 조각권을 갖는다는 대통령의 선언이 있어야 한다”며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면서도 하야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회의장 직속의 탄핵검토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지만,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과도내각 구성에 찬성하고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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