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맡아왔던 단체표준 업무가 지난 8월 38년 만에 민간으로 넘어왔다. ‘단체표준 지원 및 촉진운영 요령 고시’가 지난 7월 개정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중앙회는 관련 사무국을 설치하고 8월1일부터 단체표준 업무를 시작했다. 8월8일에는 제1호 단체표준을 등록·접수했다. 단체표준이란 조합이나 협회 등 생산자 모임이 생산업체와 수요자 의견을 참작해 자발적으로 제정한 규정이다.

단체표준이 활성화되면 가격과 품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유통체제가 확립되는 효과도 있다. 단체표준을 민간이 직접 관리하는 것은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국내 표준이 사실상 국가표준(KS)을 중심으로 표준화되면서 단체표준은 ‘찬밥 신세’에 불과했다. KS 표준 수는 2만444종에 이르지만 단체표준 수는 3352종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동안 단체표준 관련 지원기관이 소극적으로 운영되면서 단체표준에 대한 인증과 관리 또한 부실했던 게 사실이다. 중복인증, 부실인증 등 문제점이 속출하고 인증제품에 대해서도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체표준을 제정하고 등록하는 등에 대한 절차 규정 또한 부족하거나 중복되는 부분도 많았다.

단체표준 관련 업무를 맡게 된 단체표준국은 우선 단체표준에 대한 신뢰도를 KS 인증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먼저 KS의 인증지원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단체표준 인증 절차를 전산화하고 접근성도 함께 높이기로 했다. 인증 절차에 참여하는 심사원 또한 등록제를 통해 운영한다. 인증 정보는 언제 어디서든 검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추가하기로 했다.

단체표준이 업계에 널리 쓰일 수 있도록 관련 교육 또한 강화하기로 했다. 단체표준을 등록하고 관리하는 전 과정이 담긴 실무 매뉴얼을 제작해 보급할 예정이다. 단체표준을 준수해 생산된 제품이 우대받을 수 있도록 조달관련 법령 개선에도 나선다. 이전까지는 산업표준화법 제25조 우선 구매조항이 단체표준 제품을 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법령이었다.

조달 관련 법령 내 단체표준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하고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건설기술진흥법 등으로 범위를 넓혀 단체표준이 널리 활용되도록 근거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단체표준국의 소요 예산은 연간 15억원 수준이다. 협동조합 기능 활성화 3개년 추진계획에 따라 3년간 18억원을 지원받는다. 관련 업계는 단체표준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생존에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체표준을 공유하는 공동사업이 활성화되고 조합의 활력 또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기중앙회 단체표준국 관계자는 “단체표준 확대를 통해 공공조달뿐 아니라 민간 분야 및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