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 이른바 ‘트럼프 발작’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 후 미국 등 각국 국채 금리가 연일 급등세를 타고 있는 데다 달러 가치 역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연 2.301%를 찍어 지난해 12월30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 만기 국채는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연 3%를 넘었다. 글로벌 달러인덱스는 100을 넘겨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국내 국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도 어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트럼프 당선 후 3거래일 연속 크게 올랐다.

채권 금리와 달러값이 단기 급등하자 추세 지속을 둘러싸고 온갖 예측이 쏟아져 나온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강력한 재정확대책과 감세를 밀고 나갈 경우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2017~2018년 연 5~8%까지 오를 것이란 극단적 전망도 있다. 재정지출 증대와 감세가 최소폭에서 이뤄진다면 이 기간 연 3~4% 정도일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어느 시나리오가 맞든, 최근 금융시장 움직임은 과도한 반응이라는 측면이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글로벌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더라도 그 속도나 폭은 점진적일 것으로 본다. 트럼프가 당선 후 공약을 일부 완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달러 강세 역시 단기에 그칠 수도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중국 등에 대한 환율압박은 달러 약세 요인이다. 애플 등 해외탈출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위해서도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시장 움직임에 과잉 반응하는 것은 금물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자금이탈이나 CDS 프리미엄 급등을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트럼프 당선 전 시작된 것으로, 매도 규모는 지난 11일을 고점으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CDS 프리미엄은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것일 뿐이다. 지금 시장은 한마디로 당혹감이 지배하는 모습이다. 트럼프에 대한 오해나 정보 부족은 한 번으로 족하다. 빠른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환기에는 한 번 잘못 보면 계속 헛다리를 짚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