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익 쿨잼 대표(앞줄 왼쪽)와 창업멤버들이 작곡앱인 ‘험온’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최병익 쿨잼 대표(앞줄 왼쪽)와 창업멤버들이 작곡앱인 ‘험온’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길을 걷다 자신도 모르게 멜로디를 흥얼거린 적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노래로 만들면 히트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악보로 옮기거나 화음을 붙일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게 ‘명곡’이 탄생되지 못하고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쿨잼이 개발한 앱(응용프로그램) ‘험온’을 활용하면 누구나 작곡가가 될 수 있다. 흥얼거리기만 해도 그 멜로디를 악보로 옮기는 것은 물론 발라드, 록 등 각종 스타일의 화음도 입혀준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빅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 알고리즘을 활용한 최신 기술이 활용됐다. 수많은 아마추어 뮤지션의 꿈을 살려줄 앱을 개발한 주인공은 삼성전자 출신인 최병익 대표다.

◆삼성을 뒤로하고 창업의 길로

 악보 변환 앱 ‘험온’
악보 변환 앱 ‘험온’
최 대표는 원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서 센서를 개발했다. 전공은 전기공학이다. 음악을 좋아해 교회 성가대에서 10년 넘게 반주를 하고 있다. 그는 삼성에 근무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공학의 접점을 찾았다. MIR(music information retrieval·음악 정보 인출)이라는 기술이다.

MIR은 소리인 음악을 ‘신호’로 바꾸는 것이다. 녹음과는 다르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는 소리일 뿐이지만 이를 전기 신호로 바꾸면 정보가 된다. 개별 신호를 가공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쪼개서 전달할 수도 있다. 최 대표는 MIR을 활용하면 악기를 다루지 못하거나 악보를 읽지 못하는 사람도 맘껏 작곡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망설임 없이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에 지원했다. C랩 과제로 뽑히면 1년간 일상적 업무를 하지 않고 신사업 개발을 할 수 있다. 사업을 개발하면 사내 심사를 거쳐 분사하는 기회도 준다. 그렇게 험온을 개발하고 지난 10월 독립했다. 국내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삼성을 떠난 것이다. 최 대표는 “음악과 공학을 같이 직업으로 할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머신러닝’ 활용, 허밍을 노래로

‘허밍을 음표로 바꿔준다’는 콘셉트는 간단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허밍으로 똑같은 ‘도레미’를 불러도 음색이나 소리의 진폭 등은 모두 다르다. 이를 기계적으로 악보로 옮기면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온다.

허밍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 악보로 옮기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 머신러닝이다. 최 대표는 “험온은 허밍 ‘빅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사용자의 의도를 읽어낸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허밍은 물론 개 짖는 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등 어떤 소리도 악보를 갖춘 음악으로 바꿀 수 있다.

험온은 악보에 좋아하는 장르의 화음도 붙여준다. 역시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했다. 프로그램이 많은 악보를 학습해 사용자가 허밍한 멜로디에 최적화된 화음을 골라 입혀주는 것이다.

허밍을 악보로 만드는 게 신기할 순 있다. 하지만 이 앱이 ‘돈’이 될까. 최 대표는 사업적인 가치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단기적으로는 유명 가수들과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화음을 입힐 때 인앱결제를 통해 ‘박진영 스타일’을 구매하면 그대로 음악을 구성해주는 것이다. 검색 사이트들과의 협업도 가능하다. 멜로디는 기억나는데 제목이나 가수가 떠오르지 않을 때 허밍으로 흥얼거리면 노래를 찾아주는 식이다. 최 대표는 “벌써 해외 포털 사이트들과의 미팅이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