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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삼성전자, 미국 하만 인수…'신의 한수'된 역삼각형 합병

입력 2016-11-15 18:19:33 | 수정 2016-11-16 01:49:49 | 지면정보 2016-11-16 A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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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각형 합병 효과

하만은 삼성의 자회사이면서 합병 후 존속회사로 남아
특허권 등 자산 그대로 유지

다른 인수 후보 진입도 최소화
흔히 쓰이는 공개매수보다 인수성사 가능성 더 높아
마켓인사이트 11월15일 오후 1시21분

삼성전자가 미국 전장 전문회사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델라웨어주 회사법에 근거한 ‘역삼각형 합병’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인수합병(M&A)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M&A에서 많이 활용하는 공개매수 대신 합병을 선택한 데다, 하만이 역으로 삼성의 자회사를 합병하는 독특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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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회사의 이점은

역삼각형 합병은 인수기업이 자회사를 세운 뒤 피인수기업에 이 자회사를 흡수합병토록 하는 M&A 방식이다. 이번 거래에서도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은 하만 인수를 위해 델라웨어주에 SILK라는 자회사를 세웠다. 하만이 SILK를 흡수합병한 뒤 SEA가 보유하고 있는 SILK 주식을 하만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역삼각형 합병의 가장 큰 장점은 피인수기업인 하만이 삼성전자의 자회사가 되면서도 합병 후 존속법인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만이 존속법인이 돼야 하는 이유는 하만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허권과 사업권, 상거래 계약 때문이다. 만약 이번 거래와 반대 방향으로 SEA가 하만을 흡수합병할 경우 법적으로 하만이 보유하고 있는 여러 권리와 자산은 SEA로 이전된다. 이렇게 되면 하만과 거래 관계를 맺어 온 완성차 업체, 소프트웨어 업체 등은 ‘특허 사용권이나 계약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계약서 조항을 들어 계약을 파기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려면 사전에 일일이 거래 상대방을 찾아다니며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큰돈을 들여 M&A를 한 삼성으로서는 하만의 존속법인화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자회사를 델라웨어에 세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미국의 의료 진단 회사인 메소 스케일 다이어그노스틱스는 2004년 바이오베리스라는 회사와 지식재산권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2007년 스위스 로슈가 바이오베리스를 역삼각형 합병 방식으로 인수하자 “지식재산권의 제3자 양도 금지조항을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델라웨어 법원은 2013년 “피인수회사의 주주만 바뀌었을 뿐 기업 형태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자산이 양도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법원은 오라클이 SQL솔루션을 상대로 낸 비슷한 소송에서 정반대 판결을 한 바 있다.

주총서 50%이상 동의하면 합병

공개매수가 아니라 역삼각형 합병을 택한 건 다른 인수 후보들의 진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에서 상장사를 인수하려면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의 혜택이 소액 주주들에게도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으면 이사회가 나중에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많은 기업이 지분 100% 취득을 위한 방법으로 공개매수 제도를 활용하지만 문제는 다른 기업들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을 받기 전까지 계속 이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인수 성공 가능성은 줄고 가격이 높아질 우려만 커진다는 뜻이다.

반면 역삼각형 합병은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 승인을 받고 나면 더 이상 다른 인수 후보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델라웨어주 회사법은 역삼각형 합병의 경우 의결권 있는 주식 50% 이상을 확보하면 합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하만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은 매각 대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로 바뀐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하만 이사회가 합의한 주당 112달러는 하만의 지난 11일 종가보다 28%, 30거래일 평균 종가보다 37%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며 “이사회가 적절하다고 판단해 합의한 가격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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