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의 재테크] '트럼플레이션' 대비한 포트폴리오 짜라…미국 주식·금 비중 확대를
지난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의 45대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이 글로벌 국가에 큰 충격을 안겨줬지만 단 하루 새 ‘트럼프 리스크’가 ‘트럼프 정책 기대감’으로 뒤바뀌었다. 국내 증시도 트럼프 당선 유력 소식에 코스피지수가 1930선까지 단숨에 무너져 결국 2.25% 넘게 빠졌지만 다음날 급반등하면서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트럼프 정부가 친시장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글로벌 투자자를 안심시킨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설 트럼프 정부의 행보를 앞두고 어떤 정책들을 쏟아낼지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포트폴리오를 짤 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채권보다 주식 비중을 더 늘릴 것을 조언했다. 특히 미국 주식을 유망자산으로 꼽았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도 감안해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대표적 헤지수단인 금 자산 비중도 일정 부분 편입하라는 조언이다.

미국 주식 비중 늘릴 때

[트럼프 시대의 재테크] '트럼플레이션' 대비한 포트폴리오 짜라…미국 주식·금 비중 확대를
전문가들은 ‘트럼프 시대’라고 갑자기 재테크 ‘판’이 크게 뒤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보호무역’, ‘인프라 확충’, ‘규제완화’ 등 각 선거 공약을 토대로 수혜주와 피해주를 나누고 있지만 이 정책들의 실현 가능성은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이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위안화 절하 등의 이슈로 위험자산들이 단기 충격을 겪은 뒤 시차를 두고 상승세로 돌아섰던 경험이 있다”며 “연말까지는 관망하면서 포트폴리오 조정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미국 주식의 상승흐름은 더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선진국 가운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가장 양호한 데다 향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만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면서 미국 증시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온수 현대증권 자산전략팀장은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되면 위험자산은 디스카운트(할인)받는 게 당연하나 이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있는 미국은 지난 10일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시대의 재테크] '트럼플레이션' 대비한 포트폴리오 짜라…미국 주식·금 비중 확대를
반면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 주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지켜내면서 하방경직성은 보여줬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상승 모멘텀도 보이지 않는다”며 “내년에도 올해처럼 대형 가치주와 인덱스 상품 위주로 접근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신흥국 주식 중에서도 그나마 중국 쪽은 관심둘 만하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오온수 팀장은 “트럼프의 공약에도 중국을 겨냥한 것들이 많지만 당장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생산자 물가지수도 돌아서고 있고,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 시행과 MSCI지수 편입을 앞두고 있어 그나마 증시 흐름이 양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보다 금이 매력적

[트럼프 시대의 재테크] '트럼플레이션' 대비한 포트폴리오 짜라…미국 주식·금 비중 확대를
특히 내년도 재테크 전략에서 주목해야 할 이슈로 ‘인플레이션’이 지목됐다. 트럼프가 내건 인프라 확장 정책과 중국, 멕시코 등에 대한 보복 관세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인난을 겪을 만큼 실업률이 낮은 미국에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이 진행되면 구인난이 심화돼 임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관세 전쟁 역시 소비자 물가를 올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금, 농산물, 원유 등을 편입하고 있는 원자재 인덱스 펀드를 일정 부분 편입해 둘 것을 추천했다. 인플레이션 방어엔 원자재가 주식이나 채권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금과 원자재는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약세에 머물러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서서히 상승 쪽으로 기조가 바뀔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금은 돌발 악재가 터졌을 때에도 ‘효자’ 노릇을 한다.

달러의 움직임에 대한 전망도 수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초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를 전망했지만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흐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근수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팀 부장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12월 미국 금리인상설에 따라 단기적으로 연말까지는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법인세 인하, 재정정책 확대 등 트럼프의 정책 방향만 놓고 보면 중장기적으로는 달러약세 요인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