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나 검찰이 아니라 제3의 장소에서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옆에 있는 별도 건물인 연무
관(체력단련시설)과 청와대 안가(안전가옥)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있던 한국금융연수원 얘기도 나오고 있
다. 검찰은 14일 “시기가 제일 중요하며 장소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나 검찰이 아니라 제3의 장소에서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옆에 있는 별도 건물인 연무 관(체력단련시설)과 청와대 안가(안전가옥)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있던 한국금융연수원 얘기도 나오고 있 다. 검찰은 14일 “시기가 제일 중요하며 장소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 국정 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14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소환했다. 구속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두 사람은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년 가까이 박근혜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온 이들은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의 진상을 밝혀줄 핵심 인물로 꼽힌다. 박 대통령 대면 조사를 눈앞에 둔 검찰이 지난 주말 대기업 총수 조사에 이어 사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춰가는 모양새다.

◆“대통령 16일 조사 바람직”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대통령 조사 날짜를 청와대와 조율 중”이라며 “16일이 가장 바람직하며 더 미뤄지면 수사에 지장이 생긴다”고 말했다. 서면조사 가능성에 대해선 “시간이 오래 걸려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며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다만 대통령 조사 신분은 “전날과 변함없이 참고인”이라고 했다. 피의자 전환 가능성에 대해선 “조사 도중 변하는 일은 별로 없다”고 말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특수본은 이날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을 불러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박 대통령이 유출을 지시했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소환은 박 대통령 조사를 위한 마지막 단계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수본은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의혹과 관련해 지난 주말과 휴일에 대기업 총수 7명을 불러 조사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박 대통령 전방위 조사를 위한 진술과 증거들을 촘촘히 배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개입 수사] 검찰, 이재만·안봉근도 소환…박 대통령 혐의 '마지막 퍼즐 맞추기'
◆대가성 입증이 ‘관건’

박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재단 기금 출연 지시 및 강요 △청와대 문건 등 기밀 유출 △민간기업 오너 퇴진 강요 △최순실·차은택의 인사개입 지원(지시) 등이다. 법조계에선 “네 가지 혐의 모두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상황”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첫 번째 혐의와 관련해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특수본이 기업별 출연 과정을 파악하고 있다”며 “한두 개 기업에서라도 대가성을 입증하면 뇌물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단 설립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내리며 적극적으로 챙긴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수본은 최근 조사에서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구속)에게 미르재단 설립 상황을 물은 뒤 준비가 거의 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크게 역정을 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죄 입증 쉽지 않을 듯

뇌물죄 입증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가성 등 대기업 총수들과의 ‘거래’를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총수들은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 “정부 정책에 호응했을 뿐 강요는 없었고 구체적인 민원을 전달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부정청탁을 입증하려면 법리적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건·기밀 유출은 박 대통령 처벌 가능성이 가장 높은 혐의로 꼽힌다. 유출 기록물을 개별적으로 파악해 유무죄를 따지면 상당 부분 대통령 개입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이 문건 유출을 일부 인정한 만큼 이 부분 처벌이 가장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동원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한 의혹도 받고 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증거를 남기지 않았더라도 실질적 지시자에 대한 합리적 추론을 할 수 있다”며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씨와 차씨 뜻대로 인사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차씨가 검찰 조사에 협조적인 만큼 대통령의 혐의 파악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한신/고윤상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