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의 불씨'…대학생들, 15일 동시다발 시위 벌인다
지난 12일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100만 촛불’의 불씨가 전국 곳곳에서 계속 타오르고 있다. 서울 주요대 학생들은 15일 시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 시위를 하기로 했다. 30~5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고교·대학교 동기별로 뜻을 모아 시국선언을 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1987년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대표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추진 등을 담은 ‘6·29 선언’을 내놓기까지 20여일간 계속된 ‘6월 항쟁’ 때처럼 대학생은 물론 ‘넥타이 부대’로 불리는 직장인 등 각계각층의 분노가 폭넓게 표출되는 양상이다.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와 성균관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15개대 학생 30여명이 모여 꾸린 ‘숨은주권찾기 태스크포스(TF)’는 15일 오후 서울 강남·대학로·신촌·청량리 일대에서 동시다발 시위를 할 계획이다. TF 관계자는 “12일 광화문을 메운 열기를 일상 속에서 다시 느낄 기회를 만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위는 광화문이나 시청앞 등 대규모 광장이 아니라 소공원, 지하철역 앞 소광장 등에서 가면을 쓰고 이뤄진다. TF 관계자는 “시국에 분노하는 시민 중 기존 시위 주체나 방식에 거부감을 느껴 참여하길 주저하는 사람이 꽤 많다”며 “평일 저녁, 대학 근처에서 가볍고 유쾌하게 하는 새로운 시위를 기획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TF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시위는 원래 하던 사람만 하는 거 아니야?’ ‘혹시 다칠까봐 무서워’ ‘부끄러워서 거리엔 나가지 못하겠어’라는 여러분, 그래서 준비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다.

대학이 아니라 각자의 ‘생활 터전’에 흩어져 살고 있는 30~50대 시민도 동문회 등을 중심으로 뜻을 모으고 있다. 고려대 1985년 입학 동문 370명은 12일 촛불집회 직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삶이 치욕적”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의 인내를 더 이상 시험하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는 내용을 담은 시국선언문을 냈다. 이들은 “100만명 넘는 시민이 광장에 모여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보였다”며 “역사 이래 그 어떤 권력도 국민과 싸워 국민을 사퇴시키지 못했다”고 했다.

대원외국어고 졸업생 1014명도 시국선언문을 냈다. 이들은 “헌법을 위반하고 무력화한 장본인이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큰 국가적 위기는 없다”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