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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트럼피즘은 기득권 해체요구…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의 반란"

입력 2016-11-13 19:09:36 | 수정 2016-11-14 00:33:31 | 지면정보 2016-11-14 A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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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서 한인 유권자센터 운영한 김동석 미국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한·미 FTA 등 통상정책이 가장 민감한 현안
한국 동의 없이 北과 거래하거나 독자제재 할 수도
트럼프 인맥 찾기 이미 늦어, 4년 뒤 대비해야
“트럼프 현상은 기득권 해체 요구입니다. 내년 한국 대통령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뉴욕에서 한인 권익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동석 미국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 “트럼프가 이긴 것이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국무장관과 뉴욕주 상원의원 출신에 대통령 부인까지 경험한 압도적 ‘스펙’을 갖췄다. 현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까지 받았지만 공직을 한 번도 맡지 않은 사업가 트럼프에게 고배를 들었다. 올해 미국 전역을 돌며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예비선거부터 양당 후보가 확정된 전당대회와 주요 선거운동을 현장에서 지켜본 김 이사를 통해 트럼프 돌풍을 분석했다.

김동석 미국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외교당국은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자기 부서 현안에만 사로잡혀 큰 흐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심기 특파원기사 이미지 보기

김동석 미국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외교당국은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자기 부서 현안에만 사로잡혀 큰 흐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심기 특파원

▷선거 결과를 예상했습니까.

“두 사람이 각 당 후보로 확정된 뒤부터 팽팽한 승부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클린턴의 승리 가능성이 조금 높다고 생각했지만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트럼프의 무서운 상승세가 전체 판세를 바꿔놓았습니다.”

▷역대 미 대선 중 가장 박빙의 승부였습니다.

“이번 대선 분석은 트럼프의 승리가 아니라 클린턴의 패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기득권의 해체 요구가 트럼프를 당선시켰습니다. 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의 반란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히스패닉 중 30%가 트럼프를 찍었습니다. 흑인들이 압도적으로 클린턴에게 표를 몰아줬지만 투표율은 낮았습니다. 전통 민주당 지지자조차 표로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트럼프는 어땠습니까.

“올해 대선 투표율은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기대보다는 높았습니다(선거관리위원회는 56.9%라고 발표했다). ‘비호감’들의 경연장이 되면서 많은 유권자가 투표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실제는 달랐습니다. 그동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던 사람들이 대거 나섰습니다. 백인 저소득층이 나선 것입니다.”

▷두 후보의 선거전략에 차이가 있었지요.

“클린턴은 실패 방정식만 답습했습니다. 선거모금 방식도 월가의 부자들이 거금을 밀어줬습니다. 막판에는 ‘드림팀’ 유세를 펼쳤습니다. 언뜻 보면 화려하고 여론을 장악한 것 같지만 표로는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전략은 효과적이었나요.

“밑으로부터 지지층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내용을 떠나 선거 방식만 보면 2008년 오바마 대통령과 비슷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변화의 열망을 끄집어냈다면 트럼프는 침묵하던 다수를 표로 결집시켰습니다.”

▷가장 예측불허의 선거였습니다.

“클린턴은 여론의 당선 가능성만 믿고 관리를 했습니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혼자 현장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클린턴이 10분 연설하고 자리를 떴다면 트럼프는 한 곳에서 4시간 동안 사람들과 만나 교감했습니다.”

▷현장의 반응도 달랐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유명인을 끌어들여 계산된 연설을 하는 방식은 공감을 얻지 못합니다.”

▷첫 미국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클린턴은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밋 롬니보다 여성 표를 적게 받았습니다. 지식인이나 진보단체에서도 여성 대통령 탄생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별로 임팩트가 없는 이슈였습니다.”

▷한·미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통상정책이 가장 직접적이고 민감한 현안이 될 것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도 당연히 뒤따를 전망입니다. 그동안 한국이 통상에서 받은 혜택을 미국 이익 측면에서 조정하려고 할 겁니다.”

▷의회의 견제를 받지 않을까요.

“보호무역주의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강력히 추진될 예정이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자가 폐기하겠다고 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클린턴도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표심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북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도 중요합니다.

“클린턴보다는 오히려 한국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주당 이너서클에서 북한 선제타격론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오바마 정부 관계자들도 가능한 옵션 중 하나로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더 강경하지 않을까요.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는 클린턴보다는 유리하다고 봅니다.”

▷트럼프 당선자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했는데요.

“트럼프 당선자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한 얘기는 고심해서 나온 정책적 발언이 아닙니다. 대부분 ‘아니면 말고’ 식입니다. 만약 지금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한다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겠지만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지금까지 한 발언은 무시해도 좋습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미 간에 어떤 협의가 필요합니까.

“지금까지 미 조야는 한국 동의 없이 북한과 거래하거나 독자적인 제재 혹은 군사적 옵션을 취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를 다시 잡아야 합니다.”

▷일본이 트럼프 당선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뻔한 속셈 아니겠습니까. 선수를 쳐서 트럼프와 어깨동무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채널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합니다.

“중요 정책결정 과정에 마이클 펜스 부통령 당선자의 역할이 커질 겁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까지 겸하게 됐습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정책을 다룬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공화당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역할도 맡게 될 겁니다.”

▷누구보다 먼저 트럼프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5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도 어떻게 클린턴을 이기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그런 오판은 미 언론을 통해서만 미 정가와 여론의 흐름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현장을 봐야 한다는 말인가요.

“한국 외교당국은 ‘소매 외교’만 합니다.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자기 부서 현안에만 사로잡혀 큰 흐름을 놓칩니다. 한·미 간 교류가 얼마나 많습니까. 직접 미국 여론 동향을 분석하고 청취하려는 노력이 부족합니다. 클린턴을 보세요. 언론이 전한 여론만 믿다가 실패했습니다.”

▷정부가 트럼프 인맥 찾기에 부산합니다.

“이미 늦었고, 설사 구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은 당선자 신분입니다.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확정되기 전이라면 몰라도 이미 늦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4년 뒤를 대비해야 합니다.”

▷모든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큰 배에서 정치는 선장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선장이 바뀐다고 해서 배가 흔들리고 항로를 급선회하지는 않습니다.”

■ 김동석 상임이사는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58)는 미국에서 20년 넘게 한인 권익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회활동가다. 1980년 중반 미국 유학 중 1992년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을 계기로 한인 권익운동에 뛰어들었다. 2007년 미 의회에서 위안부 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한·미 간 비자 면제 프로그램 등 풀뿌리운동을 주도했다. 2008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소수계 전략팀을 담당했다. 미국 공화당·민주당의 주류 정치권과도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대선에서는 한인 유권자센터를 열어 선거등록률 80%와 투표율 80%를 목표로 한 ‘8080캠페인’을 펼쳤다. 한국 정부의 국민훈장 동백장과 미 의회 인권상을 받았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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