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KPGA 시즌 최종전인 카이도코리아투어챔피언십을 제패한 이형준이 우승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KPGA 제공
13일 KPGA 시즌 최종전인 카이도코리아투어챔피언십을 제패한 이형준이 우승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KPGA 제공
“안되는 게 없었다. 시즌 마지막 대회라는 게 너무 아쉽다.”

‘강심장’ 이형준(24·JDX멀티스포츠)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사상 최다 언더파를 경신하며 시즌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통산 3승 트로피를 모두 10, 11월에 들어올려 ‘가을 사나이’로 통했던 이형준이다. 이번 대회에선 이글 세 개를 터뜨려 ‘이글 사나이’란 별칭을 하나 더 얻게 됐다.

투어 7년차인 이형준은 13일 전남 보성CC(파72·6969야드)에서 끝난 K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카이도코리아투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를 기록한 이형준은 2위 이창우(23·CJ오쇼핑)를 5타 차로 가뿐하게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승째다. 이틀 내내 단 하나의 보기도 내주지 않은 깔끔한 경기였다. 상금 6000만원을 받은 이형준은 총상금을 1억9593만원으로 늘려 15위였던 상금랭킹을 9위로 끌어올렸다.

이형준은 이번 우승으로 2014년(헤럴드KYJ투어챔피언십), 2015년(데상트코리아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 이어 3년간 매년 한 번 우승컵을 가져가는 꾸준함을 과시했다. 특히 2015년 장동규(28)가 KPGA선수권대회에서 세운 투어 최다 언더파 기록(24언더파)을 1년 만에 깨뜨리며 투어 역사를 새로 썼다.

2009년 삼성베네스트오픈(파71)에서 이승호가 작성한 72홀 최저타 우승 기록(21언더파 263타)도 깼다.

이형준은 초반부터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1번(파4), 2번홀(파5)에서 파를 지키며 샷감을 고르던 이형준은 3번홀(파3)에서 티샷을 깃대에 바짝 붙여 첫 버디를 뽑아내며 우승 사냥에 시동을 걸었다. 4번홀(파4)에선 환상적인 칩샷 어프로치로 30m짜리 샷 이글을 터뜨리며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이번 대회 자신의 3호 이글.

반면 추격자들은 이형준의 기세를 꺾을 만큼 날카롭지 못했다. 1타 차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마관우(26)는 첫 홀에서 티샷 아웃오브바운즈(OB)로 더블 보기를 범하며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마관우는 이후 2개의 파5홀에서 버디 2개를 골라내며 추격의 고삐를 다시 죄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타수를 더이상 줄여내지 못하면서 생애 첫 승 기회를 다음 시즌으로 미뤘다. 17언더파 공동 6위.

이날 11번홀(파4)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쓸어담으며 선두 경쟁에 가세한 이지훈(30)의 추격도 이형준을 위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13번홀(파4) 티샷 실수로 OB가 터져나온 탓에 후반에는 급격하게 추격의 동력을 잃고 공동 3위(18언더파)로 경기를 마감했다. 2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이창우도 버디 8개, 보기 1개를 묶으며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타수를 줄일 만한 홀이 넉넉하지 못했다.

이형준은 긴장한 표정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 10번홀(파5)에서 2온에 성공한 뒤 버디를 골라내 한 걸음 더 달아난 뒤 후반 14번홀(파4)과 17번홀(파5)에서 2개의 버디를 추가하며 5타 차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현대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에 오를 수 있던 이창우는 우승 실패로 2위에 그쳤다. 1억원의 상금과 부상인 제네시스 승용차는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에 도전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최진호(32·현대제철)에게 돌아가게 됐다. 신인왕은 9언더파 공동 33위에 오른 김태우(23)로 확정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