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끌로에가 80% 할인하는 이유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끌로에’가 신상품을 포함해 전 제품 50%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니트 소품류 등은 최대 80% 깎아준다. 명품 브랜드로는 이례적인 할인이라는 평가다. 그 이면에는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SI) 간 신경전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끌로에 국내 판권은 현대백화점 자회사인 한섬이 갖고 있다. 한섬은 끌로에와 내년 1월까지인 수입판매 계약을 연장하지 못했다. 끌로에는 한섬 대신 SI를 선택했다. SI 관계자는 “끌로에가 몇 달 전 판권 계약 여부를 먼저 타진해 왔다”고 말했다. 내년 2월부터는 SI가 끌로에 제품을 판매한다.

그러자 한섬은 지난 9월 말부터 30% 할인행사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전 제품 50%, 일부 상품 70~80%로 할인폭을 확대했다. 재고 떨이 수준이다. 끌로에의 인기 상품 ‘마르씨’ 핸드백(사진) 중 180만원짜리는 90만원대에, 298만원짜리 올겨울 신상 코트는 14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올봄·여름 신상품 의류는 70%씩 깎아준다. 하위 브랜드인 ‘씨 바이 끌로에’ 제품은 더 싸게 팔고 있다.

현대백화점 끌로에 매장의 직원은 “수입사가 바뀌게 돼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대폭 할인행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에도 뒷말이 나온다. 명품 업체 관계자는 “명품 회사들은 수입사가 바뀌더라도 아울렛도 아니고 백화점 매장에서 70~80%까지 할인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과도한 할인은 브랜드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섬이 이를 노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만큼 한섬과 SI 간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게 업계 사람들 얘기다. 한섬이 수입 판매하는 해외 브랜드를 SI가 가져간 건 끌로에가 세 번째다. 2012년 한섬과 계약이 끝난 ‘지방시’와 ‘셀린느’가 모두 다음 수입 업체로 SI를 선택했다. 현대백화점이 한섬 지분 34.64%를 4200억원에 매입한 직후였다. 때마침 한섬이 판매하던 ‘발렌시아가’도 한국 직진출을 선언했다. 브랜드 세 개를 한꺼번에 잃자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한섬을 비싸게 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감정이 좋지 않던 현대백화점이 끌로에까지 SI에 내주자 자존심이 더 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