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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태양은 가득히…토스카나의 영광이 빚은 '탑의 도시'

입력 2016-11-13 16:37:35 | 수정 2016-11-13 16:37:35 | 지면정보 2016-11-14 E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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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산 지미냐노

로마행 순례길 거점…상업 발달
12~13세기 전성기 탑 72개 이르러

성벽 돌며 토스카나의 풍경에 '흠뻑'
해질녘 노을은 도시를 붉게 물들여
산 지미냐노 중심에 있는 두오모 광장. 교회, 시청사, 포폴로 궁전과 탑이 광장을 호위하듯 에워싸고 있다.기사 이미지 보기

산 지미냐노 중심에 있는 두오모 광장. 교회, 시청사, 포폴로 궁전과 탑이 광장을 호위하듯 에워싸고 있다.


시에나를 떠난 지 약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초록 비단이 넘실대는 듯 완만하게 펼쳐진 구릉 사이에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높은 언덕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위로 커다란 탑들이 마천루를 이루고 있다. 꿈 같은 중세의 시간을 간직한 탑의 도시, 이탈리아의 중부도시 산 지미냐노에 도착했다.

중세에 멈춘 아름다운 탑의 도시

산 지미냐노의 와인숍기사 이미지 보기

산 지미냐노의 와인숍

산 지미냐노의 여행은 산 조반니 성문에서 시작된다. 거대한 성문을 통과하자 좁고 긴 거리 양쪽으로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그 끝에는 높게 솟은 탑들이 근위병처럼 도시를 지키고 있다. 마치 거꾸로 돌아가던 시계가 중세 시대 어느 날에서 멈춘 기분이다. 산 지미냐노는 과거 서유럽에서 로마로 향하는 순례길의 주요 거점이었다. 이로 인해 숙박업과 상업이 발달하면서 토스카나에서도 손꼽히는 부유한 도시로 성장하게 됐다. 탑은 과거 중세 귀족들에 있어 주거지임과 동시에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는데, 산 지미냐노도 예외는 아니었다.

라이벌 관계였던 살부치가문과 아르딩헬리가의 분쟁이 심화되면서 도시가 가장 번영했던 12~13세기에는 70m가 넘는 탑이 72개에 이르렀다. 구시가지의 성벽이 고작 2㎞ 정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중세의 맨해튼’이라는 별명이 결코 과장은 아닌 셈이다. 과욕은 언제나 화를 불러오는 법. 귀족 간의 극심한 대립은 결국 내부혼란을 야기했고 설상가상 흑사병까지 도시를 휩쓸었다. 쇠퇴의 길을 걷게 된 산 지미냐노는 결국 피렌체에 복속됐고, 두 번 다시 영광을 찾지 못한 채 영원히 중세에 머물게 됐다.

토스카나의 대표 화가 작품도 볼 수 있어

산 조반니 거리를 걷다 보면 마을의 중심인 치스테르나 광장과 두오모 광장이 나온다. 참사회 교회, 시청사, 포폴로 궁전 그리고 탑들이 광장을 호위하듯 에워싸고 있다. 피렌체나 시에나의 두오모에 비하면 산 지미냐노의 것은 참으로 소박해 보인다.

그러나 내부에 들어서면 사정은 달라진다. 사방의 벽면과 천장은 성경의 내용이 담긴 프레스코화와 도메니코 기를란다요를 비롯한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입이 떡 벌어지는 휘황찬란함은 없지만 우아함과 기품이 느껴진다. 시립 미술관도 볼거리가 넘친다. 피렌체에서 대사 신분으로 파견됐던 단테의 방은 물론 필리포 리피, 베노초 고촐리 같은 토스카나의 대표 화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시청사 꼭대기에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탑인 토레 그로사(Torre Grossa)가 솟아있다. 토레 그로사는 현재 남아있는 14기의 탑 중 유일하게 꼭대기에 오를 수 있는 탑이기도 하다. 54m에 이르는 정상에 다다르니 시원한 바람과 함께 고색창연한 중세도시가 발밑에 그려진다. 귀족들의 경쟁과 탐욕이 빚어낸 탑의 도시지만 세월은 모든 것을 희미하게 만들 뿐이다. 색 바랜 갈색 지붕을 뒤집어쓴 가옥들과 끝없이 펼쳐진 토스카나의 전원풍경은 옛 시절을 잊은 듯 평화롭기만 하다.

포도 향 맡으며 일몰 보는 즐거움

산 지미냐노의 성벽 길기사 이미지 보기

산 지미냐노의 성벽 길

산 지미냐노의 규모는 매우 작다. 마을 한 바퀴를 도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산 지미냐노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하루는 투자하는 것이 좋다. 성벽을 돌며 바라보는 토스카나의 풍경도 놓칠 수 없고, 골목 사이사이에 박힌 보석 같은 갤러리와 카페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객이 빠져나간 오후에는 마을의 신비로움과 고즈넉함이 배가 된다. 해가 지기 전 마을의 서쪽 언덕에 자리한 몬테스타폴리 요새로 향한다. 여행객으로 북적이는 메인도로에서 벗어나 소도시의 정겨움과 순수함을 만끽할 수 있는 비밀공간이다.

요새는 14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현재는 대부분 소실되고 폐허만이 남았다.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성벽 위에 오르면 그 누구라도 입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산 지미냐노의 독특한 스카이라인과 주변 풍경이 동화처럼 펼쳐진다. 탑 위에서 봤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요새 근처에 있는 와인 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이트 와인인 ‘베르나챠 산 지미냐노’의 역사는 물론 싼 가격에 시음을 해볼 수도 있다. 향긋한 포도 내음을 맡으며 와인 한 모금에 토스카나식 살라미를 곁들어도 좋겠다. 토스카나의 태양이 탑의 도시를 붉게 적시며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낸다. 산 지미냐노의 꿈 같은 하루가 저문다.

산지미냐노(이탈리아)=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

▶여행 Tip

산지미냐노를 가기 위해서는 피렌체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렌체와 산지미냐노를 바로 잇는 교통편은 없다. 시에나까지 이동한 후 포지본시를 거치는 버스를 탑승해야 한다. 피렌체에서 시에나까지는 급행버스 기준 약 90분, 시에나에서 산 지미냐노까지는 약 한 시간이 소요된다. 대성당과 탑 전망대는 입장료가 있다. 개별권과 통합권이 있으니 목적에 맞게 구입하도록 하자. 탑은 날씨에 따라 입장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올라갈 계획이라면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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