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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숨은 경제이야기] 최선의 선택이 반드시 최선인 것은 아니다

입력 2016-11-11 16:56:50 | 수정 2016-11-11 16:56:50 | 지면정보 2016-11-14 S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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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
인구 대국이자 떠오르는 경제 강국인 인도는 수많은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나라로 유명하다. 1980년대 이미 여성(인디라 간디) 총리가 탄생했고 2007년에는 프라티바 파틸이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외에도 정치 사회 각 분야에서 역량을 펼치고 있는 여성의 수는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가 전반에 깔려 있는 여성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지위가 상당히 열악한 나라가 인도이기도 하다. 이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인도를 지배해온 전통신앙 힌두교리에서 비롯된 강력한 남아선호사상과 시대를 역행하는 결혼 풍습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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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에서 결혼한 여성의 가장 큰 덕목은 남편을 신처럼 떠받드는 헌신적인 아내가 되는 것이다. 이는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보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여성은 평생 동안 남자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나약한 존재로 인식됐고, 정절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인도 여성을 억압하는 폐습으로 지적받는 조혼(早婚)제도도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혼은 결혼 적령기에 이르지 못한 미성년자가 일찍 혼인하는 제도로, 과거 인도에서는 10세 미만의 여아가 결혼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가장 순결한 시절에 결혼시켜야 한다는 것이 관습으로 이어져 온 것인데, 그러다 보니 여성은 성장하여 집안에 경제적으로 기여하기 전에 결혼해 남의 식구가 되어버리기 십상이었다. 결국 여성은 집안에 보탬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손해만 끼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렸다.

다우리(dowry) 또한 부모들로 하여금 남아를 더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우리란 결혼 시 신부 측이 신랑 측에 전달하는 지참금으로, 현금과 보석 등을 합쳐 적지 않은 금액이 소요된다. 우스갯소리로 인도의 딸 가진 부모는 그간 모은 재산의 절반을 결혼시킬 때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더욱 큰 문제는 지참금이 결혼 시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전적 보상이 결혼 이후에도 지속되고, 신부 아버지의 사후에는 오빠나 남동생에 의해 계속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다 보니 여성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의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인도의 이러한 사회문화적 특성을 고려할 때 남아선호는 어찌 보면 당연하고 최선의 선택일지 모른다. 집안에는 경제적 부담이 되고 사회적으로도 찬밥 신세를 면키 힘들 것이 뻔한 여아(女兒)보다 남아(男兒)를 낳는 것이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선택이 사회적으로도 항상 최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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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전략이란 경제학의 게임이론에 등장하는 용어다. 이론에 따르면 우월전략은 타인의 선택에 관계없이 본인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선택을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각기 다른 취조실에 감금되어 있는 범죄용의자 A와 B가 있다. 이들은 상대방이 범행 사실을 자백하는지 알 수 없다. 이때 A와 B는 범죄 사실을 부인하면 징역 5년, 자백하면 10년형을 선고받는다. 그런데 둘 중 한 명만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1년형을 받지만, 자백하지 않은 사람은 20년형을 받게 된다. 두 용의자는 어떠한 선택을 내리는 것이 본인에게 최선일까?

용의자 A가 자백하지 않을 때 B는 자백하면 징역 1년, 자백하지 않으면 5년형을 선고받는다. 반면 A가 자백하면 B는 자백할 경우 10년, 자백하지 않으면 20년형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용의자 B는 A가 어떤 선택을 하건 자백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는 A도 마찬가지다. 즉, 두 용의자에게 우월전략이자 최선의 선택은 자백하는 것이 된다. 이 경우 두 용의자는 모두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두 용의자 모두 자백하지 않았을 때 형량(징역 5년)보다 무거운 것이다. 즉,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여 선택한 결과가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를 불러온 셈이다.

인도의 남아선호사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남아선호가 만연한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현상은 남녀 성비(性比)의 불균형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녀 성비는 인위적인 조절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남성 1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여성은 96명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강력한 남아선호가 만연한 인도는 2011년 기준 여아 수가 91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적인 일부 지역에서는 그 수가 70~80명대에 머무르는 주(州)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무분별한 태아성감별과 불법적인 낙태 등의 방법으로 성비에 인위적인 관리가 자행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인도에서는 여아의 출생 수가 남아에 비해 매년 수십만 명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개인이 판단한 최선의 선택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남녀성비 불균형이라는 왜곡된 현상을 불러온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적으로 볼 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매년 발생하는 수십만 명의 성비 차이는 향후 결혼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결혼적령기 남성의 상당수에게서 결혼의 기회가 사라질 것이고, 신랑감을 고를 때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 등이 고려사항이 되어 결혼시장에도 양극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외에도 남녀성비 불균형은 인신매매, 납치, 강간 등 여성 대상의 범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인도 대법원은 구글과 야후 등 인터넷 검색업체들에 태아성감별 광고를 차단하라고 명령했다. 정부 차원에서 남아선호와 성비 불균형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천 년 이어져 온 사회적 관습은 제도 몇 개를 마련하고 고친다고 해서 해소되기 어렵다. 아시아 최초의 남녀성비 불균형 국가이자 세계적인 남아선호 사회였던 대한민국은 경제 발전과 여성운동 그리고 교육의 힘을 통해 성비 정상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이 인도에 교훈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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