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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구는 만병통치약 아냐…'전략적 니즈' 연결됐을 때 효과

입력 2016-11-11 17:41:22 | 수정 2016-11-12 03:52:51 | 지면정보 2016-11-12 A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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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경영학 <31> 혁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기업활동의 모든 것이 혁신 대상
식스시그마·공급사슬관리 등 이미 개발된 혁신도구들 많아

성공은 구성원 의지·역량에 달려
혁신은 곧 변화…적응 위한 비용 수반
참여 이끌어내는 보상체계 갖춰야

정규석 <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현상 유지’의 반대 개념인 ‘혁신’은 기존 상태로부터 새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저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새로운 생산방법과 새로운 상품개발 등을 수행하는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혁신에 의해 투자나 소비수요가 자극돼 경제에 새로운 호황국면이 형성되며, 혁신이야말로 경제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경제학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기업과 경영에는 생존과 발전의 절대적인 명제가 됐다.

오늘날에는 산업의 모든 분야에 걸쳐 혁신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일고 있다. 우리가 아는 직업의 절반이 10~20년 사이에 사라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는 기업들의 많은 사업 분야도 더불어 사라지거나 변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30년 정도였던 기업의 평균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휴대폰 분야에서 벌어지는 노키아와 애플, 삼성전자, 샤오미의 숨가쁜 공방전이나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테슬라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우리에게 혁신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현상 유지는 사망이나 마찬가지다.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키워드는 혁신이다. 혁신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남보다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혁신을 잘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최근 삼성 스마트폰의 리콜 사태는 혁신을 빨리 하면서도 리스크를 없애야 한다는 딜레마적 명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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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혁신 대상에는 기업활동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혁신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첫째, 사업구조의 혁신 가능성에서 출발할 수 있다. 기존 사업군 구성의 변화 및 혁신 가능성부터 검토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업이나 사업을 구성하는 제품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기 때문에 현재 좋다고 하더라도 미래에도 그럴 것이란 보장은 없다. 당장은 현재 사업에 의존하더라도 미래 먹거리를 키우는 데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현재 한국 경제 위기도 1960~1970년대 경공업에 이어 30여년간 한국 경제를 버텨준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이 성숙기나 쇠퇴기에 접어든 상황인데, 뒤를 이을 경쟁력 있는 산업이나 제품의 출현이 약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 기존 사업 내에서 시장혁신이나 상품(제품 또는 서비스)혁신을 검토하는 것이다. 시장혁신은 새 시장의 개척, 기존 시장의 확장, 새 시장세분화, 새 목표시장의 설정 등을 꼽을 수 있다. 상품혁신은 기존 시장이나 신시장을 상대로 한 상품개량이나 신상품 개발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상품의 차별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셋째, 경쟁자가 버티고 있는 특정한 목표시장에서 자사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이다. 경쟁력은 품질과 가격 또는 가격 대비 품질인 가치의 경쟁을 의미하는 상품경쟁력과 유통채널이나 광고·홍보를 통한 판매경쟁력을 기본으로 하며, 덧붙여 기업이나 상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작용한다. 모든 요소를 동시에 혁신할 수 없으므로 어떤 부분의 경쟁력을 얼마나 올리려고 하는지에 관한 전략적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혁신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넷째, 설정된 혁신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이냐의 실행단계로 들어간다. 실행의 첫 단계는 혁신의 방법이나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때는 컨설팅 시장에서 팔고 있는 기성품화된 혁신의 도구상자에서 적절한 혁신도구를 골라 쓰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이론이나 기법, 추진방법 등이 잘 개발돼 있고 도와줄 수 있는 외부 인프라나 인력도 많으며 성공과 실패의 사례도 얻을 수 있어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도 채택하는 것이어서 혁신 추진에 따른 내부 반발도 적을 수 있다.

많이 언급되는 혁신도구들의 목록에는 식스시그마, 공급사슬관리, 경영품질, 전사적품질관리(TQM),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 전사적자원관리(ERP), 업무프로세스관리(BPM), 창의적 문제해결이론(TRIZ), 종합적생산보전(TPM), 균형성과평가제도(BSC), 가치분석/가치공학(VA/VE), 컴퓨터통합생산(CIM) 등이 포함된다. 이들 수많은 혁신도구 중 어떤 것을 택해야 하는지 경영자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많은 혁신도구 공급자들은 자신이 제안하는 도구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광고하기도 한다. 이에 현혹되지 말고, 각각의 특징을 잘 파악해 자사의 전략적 니즈(needs) 및 목표와 잘 정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혁신도구들은 세 번째에서 언급한 특정한 경쟁력 요소의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다. 결과라고 볼 수 있는 특정 요소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연관된 업무 과정이나 수행 방법을 혁신하거나 투입 요소를 혁신해야 한다. 투입요소의 혁신은 사람의 혁신, 자재나 부품의 혁신, 설비의 혁신, 기술의 혁신, 정보의 혁신이 있다.

혁신도구를 적용해도 효과를 못 보는 경우가 많다. 혁신의 성공에는 조직 구성원들의 혁신 의지와 실행 역량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혁신 도구들은 대부분 나름대로 쓸모가 있는데, 그것을 쓸모에 맞게 사용하는 것은 결국 구성원들이다. 교과서가 좋다고 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 원리다. 좋은 선생님이나 좋은 교과서는 공부를 잘할 수 있게 인도할 뿐이고, 결국 공부를 해서 실력을 쌓는 것은 당사자란 이야기다.

다섯째, 선택된 혁신도구의 활용 및 집행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혁신의 리더를 임명하고 혁신 수행조직을 구성하며 그들에게 구체화된 임무와 수행목표를 부여한다. 때에 따라서는 수행조직 범위가 협력업체까지 확산될 수 있다. 또 혁신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혁신 담당자들이 혁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혁신과 변화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적응을 위한 비용이 들어가므로 대다수가 싫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 내에서 혁신에 참여하는 사람은 유리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리해지도록 평가 및 보상 시스템을 바꿔줘야 한다.

여섯째, 혁신 실행 결과의 평가 및 피드백을 통한 지속적 혁신 단계다. 하나의 혁신 주기가 끝나면 그 결과를 평가해 기존 혁신방법의 유지 및 심화, 새로운 혁신 목표의 설정과 그에 따른 추가적 혁신도구의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혁신은 한시적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인 프로세스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의 결과는 혁신 실행자만이 아니라 조직의 지식으로 축적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지식경영시스템과 맞물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혁신은 '재건축' 보다 '리모델링'이 효율적

똑같은 혁신기법을 도입했는데 기업의 역량에 따라서는 성공하는 기업도 있고 실패하는 기업도 있다. 기술혁신보다는 소프트웨어적 성격의 노하우가 많은 경영혁신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가장 중요한 역량은 혁신 리더와 혁신 추진자의 혁신 도구들에 대한 이해의 정도다. 많은 혁신기법은 가급적 멋있어 보이는 새로운 용어와 개념, 방법론을 사용한다. 그래서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기법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영분야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할 정도다.

대개의 혁신기법이 사용하는 방법론을 보면 어느 정도는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많은 경우 기존 혁신 도구를 부수고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신(新)건축이나 재건축보다는 기존에 해오던 것을 살리고 새 방법의 장점을 가미해 체계화하는 리모델링이 적은 비용으로 조직 수용도를 높이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런 필요성을 파악하려면 조직 내에 혁신 방법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구성원들이 있어야 한다. 또 이들의 일부가 항상 새로운 혁신 추진 조직에 참여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정규석 <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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