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금융시장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투자자들이 앞다퉈 ‘트럼프 포트폴리오’로 갈아타면서다.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주와 헬스케어주가 급등한 반면 정보기술(IT) 관련주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S&P500지수에 속한 금융주는 트럼프 당선 뒤 7.9% 상승했다. 헬스케어주도 4.7% 올랐다. 1.3%에 그친 S&P500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트럼프 정부가 월스트리트 금융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기대감이 금융주를 위로 밀어 올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월가 은행인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차기 재무장관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트럼프의 재정지출 확대 공약에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올라가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은행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해 돈을 버는 은행에 이는 이익 확대를 뜻한다.

헬스케어주에도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약값 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낙선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 상승을 주도하는 대장주 역할을 하던 실리콘밸리의 IT 기업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하루 애플은 2.79%, 페이스북은 1.93%, 알파벳(구글 모회사)은 3.14%, 넷플릭스는 5.54%, 아마존은 3.82% 내렸다.

시장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트럼프 수혜주인 금융과 헬스케어, 원자재주를 사기 위해 그동안 많이 오른 IT주를 팔았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