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Style] '나만의 향'으로 내 공간도 채운다…코끝부터 행복한 '작은 사치'
나만의 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향수 브랜드에서 내놓는 향초(캔들)와 디퓨저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사용하는 향수와 같은 향기를 내뿜는 초와 액체형 디퓨저를 방안에 두고 향을 느끼려는 것이다. 악취를 없애는 것은 기본이고 아로마테라피 효과까지 낼 수 있다. 불황일수록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불을 붙여 녹여내는 향초, 스틱이나 나무를 액체 병에 꽂아 향을 은은하게 퍼뜨리는 디퓨저는 최근 들어 더 각광받고 있다. 예전에는 사치스러운 소모품으로 여겨진 이들 제품은 향수 브랜드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판매된 디퓨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606%) 급증했다. 아로마램프(231%), 향초(73%) 등도 판매가 크게 늘었다. 올해 누적 매출 기준으로도 디퓨저는 매출이 390% 증가했다.

추운 계절일수록 선물용 수요 급증

[Life & Style] '나만의 향'으로 내 공간도 채운다…코끝부터 행복한 '작은 사치'
여러 향을 섞어 쓰는 브랜드로 유명한 영국의 ‘조말론’이 대표적이다. ‘라임 바질 앤 만다린’ ‘블랙베리 앤 베이’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 등 인기 향수 제품과 같은 향의 홈캔들, 디퓨저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 특히 추운 계절일수록 은은하게 방안 가득 향을 퍼뜨려 포근한 느낌을 받으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예를 들어 조말론의 ‘스위트 아몬드 앤 마카롱’ 향은 달콤한 아몬드와 코코넛 향, 부드러운 바닐라 향을 내뿜기 때문에 겨울철 홈캔들로 인기가 높다. 조말론 관계자는 “디퓨저는 165mL 용량이 12만6000원에 판매되는데 연말 선물용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며 “조말론 향수 여러 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같은 향의 캔들과 디퓨저를 구입하는 수요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유명한 향수 ‘아쿠아 디 콜로니아 멜로그라노’를 향초로 만든 제품도 인기다. ‘칸델라 퍼퓨메이트 멜로그라노’(440g·9만8000원)는 달콤한 우디 계열로 상큼한 석류 향을 머금고 있다. 100시간가량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이 향을 도자기 모양의 방향제로 제작한 제품 ‘멜로그라노 인 테라코타 프로푸마토’(10만8000원)도 출시됐다. 석류 모양의 도자기를 수공예로 만든 멜로그라노 향을 담은 것. 부엌과 화장실, 옷방, 신발장 등에 놓기에도 좋다. 6개월가량 향이 지속된다. 영국 향수 브랜드 ‘트루 그레이스’도 앰버, 블랙릴리, 포토벨로 등 인기가 높은 향으로 제작한 디퓨저(9만1000원)를 내놨다. 같은 향기를 머금은 향초(5만7000원)도 부담없이 선물하기 좋은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독특한 향의 고가 제품도 인기

대중적이지 않은 독특한 향의 ‘레어퍼퓸’을 만드는 ‘페르푸뭄’은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향초와 디퓨저를 선보였다. 향수 원액을 물로 희석해서 개발한 워터베이스 디퓨저는 100mL 용량의 블랙라인(13만8000원), 1200mL 대용량의 골드라인(68만원)을 내놨다. 향초 역시 향수에 쓰는 원액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천연 식물성 왁스로 만들었다. 쉽게 타들어가지 않는 심지를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230g 용량의 심플한 블랙라인은 8만9000원에 판매하지만 화려한 골드라인은 175g을 10만5000원에, 1000mL를 43만원에 판매한다. 또 최고급 수공예 크리스털 용기에 담은 한정판 크리스털 라인은 128만원(1500mL)으로 비싼 편이다.

페르푸뭄
페르푸뭄
페르푸뭄에서 인기가 높은 향기로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 나올법한 영국 정원의 향기를 담은 ‘프레주디스’, 달나라 계수나무의 꽃향기처럼 은은하고 우아한 향기를 담은 ‘오스만투스 수 라 륀느’ 등이 있다. 짙은 남성적 향기를 머금은 ‘술탄스 바자’ 등도 독특한 향, 중성적 향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디퓨저(100mL)와 향초(145g)를 꽃바구니에 같이 담아 판매하는 햄퍼 박스(19만2000원)는 연말 선물용 수요가 많다.

성냥 스톤 등 형태도 다양

트루 그레이스
트루 그레이스
왁스형 향초, 액체형 디퓨저 외에 성냥, 스톤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도 출시됐다. 프랑스 향수 브랜드 ‘불리 1803’에서는 공기 중에 빠르게 향기를 퍼뜨릴 수 있는 퍼퓸 성냥 ‘레 알루메 퍼푸메’를 선보였다. 부드러운 나무를 얇고 길게 잘라 향을 덧입혔기 때문에 성냥을 켜자마자 방안에 향기가 빠르게 퍼진다는 설명이다. 불리 1803에서 제작한 향초와 퍼퓸 성냥을 같이 사용하면 그 효과가 더 커진다. 총 다섯 가지 향으로 만들었는데 다른 브랜드에서 찾기 어려운 독특한 향 때문에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사막의 향을 표현한 ‘흐투르 이집트’, 이탈리아 캄파뉴 지역의 여름 나뭇잎 향기를 머금은 ‘이탈리아 캄파뉴’, 대리적 바닥 위에 드리운 레몬나무와 박하향을 담은 ‘알렉산드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20개가 들어있는 1박스에 2만5000원이다.

조말론
조말론
또 향유를 스톤에 떨어뜨려 향을 뿜어내게 하는 ‘알라바스트’(10만8000원)도 독특한 제품으로 꼽힌다. 푸른빛이 도는 세라믹 용기 안에 심플한 디자인의 퇴적암을 넣어 만든 제품으로, 이 암석에 향기 나는 오일을 떨어뜨리면 은은하고 자연스럽게 공기 중에 섞여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흐루트 이집트, 이탈리아 캄파뉴, 알렉산드리아 등 대표적인 향기는 물론 ‘싸크르’ ‘제네랄 엉피르’ ‘파테 마테오’ ‘수미 히노키’ 등 독창적인 향으로도 제작했다. 싸크르는 삼나무와 꿀, 유향 향기를, 제네랄 엉피르는 장미와 제비꽃, 과일의 향기를 담았다. 파테 마테오에는 이른 아침의 클로버와 산사나무 꽃향기를 넣었고, 히노키나무 향기를 퍼뜨리는 수미 히노키의 인기도 높은 편이다. 같은 향기를 사용한 ‘불리 1803 레 부지 퍼푸메 향초’(300g·21만5000원)와 같이 사용하면 효과가 배가 된다. 이 향초는 80~100시간가량 사용할 수 있다.

불리 1803을 판매하는 LF 관계자는 “최근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10만~20만원대의 디퓨저, 향초를 찾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며 “향수와 향초, 디퓨저, 스톤 등의 향을 믹스매치하면서 나만의 향을 만드는 마니아층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