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별 대책 내놓는다지만…정부 "막막하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최상목 1차관 주재로 미국 대선 이후 경제·금융시장의 동향을 점검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기재부는 회의 직후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주요 경제공약을 심층 분석해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미 대선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선자 윤곽이 드러난 지난 9일 오후 2시 산업통상자원부가 한·미 통상현안 긴급회의를 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각 부처 장·차관 주재 대책회의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회의만 많았지 실속은 없다. 회의 참석자들에게서 “우리도 답답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자와 ‘끈이 닿는’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트럼프는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아닌 데다 국경을 넘는 비즈니스를 많이 하던 사람도 아니다”며 “우리도 수소문하고 있지만 국내 인맥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인맥이 없다 보니 선거 기간에 그가 주장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중국산 제품에 대한 45% 관세 부과 등의 공약이 어느 정도까지 현실화할지 정부는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대책회의 후 내놓은 자료들이 “민·관 협의채널을 총가동하겠다” “통상정책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 “양국 간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식의 뻔한 얘기들로 채워지는 이유다.

이날 기재부 주재 회의에서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진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캠프에 아는 사람도 없으면서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짤 수 있겠느냐. 현재로선 (트럼프 정책에 대한 정보를) 외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으니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얘기가 대책회의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부도 트럼프 당선자 쪽에는 국내 인맥이 없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트럼프 캠프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정부가 특정 후보와 접촉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