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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人터뷰] '살림의 여왕' 파워블로거 띵굴마님 이혜선 씨

입력 2016-11-11 17:30:18 | 수정 2016-11-11 21:41:37 | 지면정보 2016-11-12 A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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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기본은 잘 버리는 것
예쁘게 보이고 자랑하려는 욕심 잘하려는 강박 다 내려놓으세요"

니트 디자이너에서 살림달인으로
퇴직 후 '띵굴마님' 별명으로 블로그 활동
협찬 일절 안 받고 직접 쓰는 제품만 소개

장터 만들고 쌍둥이도 입양
좋아하는 브랜드 모아 '띵굴시장' 열어
참여업체 25개사에서 100여개사로 늘어
수익 중 일부 홀트아동복지회에 기부

완벽하지 않다고 자책 마세요
누구나 청소든 정리든 하나쯤은 잘해
주부가 행복해야 가정도 밝아져요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어머나, 살림을 못 해서 고민이라고요? 에이, 그런 말 마세요. 전 그냥 살림에 관심이 많고, 이쪽에 나름대로 재능이 있을 뿐인 걸요. 예쁜 사진에 속지 마세요. 저도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평범한 주부니까요.” 주부들 사이에서 소문난 ‘살림의 여왕’이자 ‘띵굴마님’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파워블로거, 매년 네 차례 ‘띵굴시장’을 열어 기부에도 나서는 ‘열혈 주부’ 이혜선 씨(43)를 지난 10일 경기 성남의 한 의류·인테리어 전문매장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에게 붙은 많은 수식어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제가 무슨 마더 테레사도 아니고, 성인군자나 스타도 아닌데 그렇게 봐 주는 게 쑥스러울 때가 많아요.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만큼 인생 똑바로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니까요.”

이씨는 그의 블로그 ‘그곳에 그집’(blog.naver.com/flower2nd)과 인스타그램(@roundmanim)에서 느낄 수 있는 야무지고 섬세한 살림 솜씨만큼 편안하고 따뜻했다. 하지만 그 안엔 그만이 가진 강단 있는 고집 역시 공존했다.

직장인에서 ‘파워블로거 주부’로

이씨는 어릴 때부터 살림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일상에서 살림법을 조금씩 배웠다”며 “아마 거기서 자연스럽게 살림 감각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살림이란 게 결국은 먹고살기 위해 꼭 필요해서 하는 일이잖아요. 혼자 사는 사람이든,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든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살림을 해 나가죠. 저는 ‘살림이란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돌보는 모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전업주부였던 건 아니다. 그는 12년 동안 중소 의류업체에서 니트 디자이너로 일했다. 밤 12시 넘어서까지 야근하는 게 다반사였다. 바이어와 소비자로부터 험한 말로 항의를 받는 것도 그의 ‘업무’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열심히 일했다. 이씨는 “일을 할 때 확 빠져들어서 하는 스타일”이라며 “중간에 쉽게 그만두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꼭 끝을 보려고 하는 성격이 당시 직장 다닐 때 원동력이 됐다”고 회상했다.

2004년 초등학교 동기와 결혼하고, 맞벌이 부부로 살다가 2007년 전업주부가 됐다. 그리고 그해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다. ‘띵굴마님’이란 별명은 남편이 지어줬다. “얼굴이 동그란 편이라 남편이 평소 ‘띵굴이’라고 불렀는데, 이왕 인터넷에서 이름 쓰는 거 ‘마님’이라 하자며 생긴 별명이 ‘띵굴마님’”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다. “그즈음에 서울 사당동에서 경기 남양주로 이사했어요. 그때 인테리어를 제가 직접 했어요. 가구 디자인은 제가 하고, 잘 아는 가구공방에 제작을 맡겼어요. 커튼 원단도 제가 직접 발품 팔아 골라서 커튼 제작 회사에 의뢰한 것이고요. 인터넷 카페를 보면서 인테리어 사진을 봤는데 문득 ‘우리집이 더 예쁜 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조금씩 사진과 설명을 올리게 됐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처음에 하루 7~8명이던 블로그 방문자는 1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소파와 가구, 그릇 등을 어디서 샀느냐” “수납을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등 주부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씨는 “‘그거 어디서 샀느냐’는 질문이 전체의 80~90%였다”며 “사람들이 그토록 살림과 쇼핑 정보에 목말라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씨는 특정 업체의 협찬을 절대 받지 않는다. 그가 소개하는 제품 모두 직접 쓰고 보관 중인 것이다. “협찬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정말 많이 받아요. 처음엔 왜 그런 의심을 하는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블로그 입소문 마케팅이란 게 성행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됐어요. 제 블로그가 광고판은 아니니까요.”

‘어울림과 기부의 장터’ 띵굴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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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지난해 9월부터 석 달에 한 번 ‘띵굴시장’을 열고 있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즐겁게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는 게 띵굴시장을 시작한 계기였다. 처음에 25곳이던 참여업체는 100곳으로 늘었다. 지난 10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띵굴시장에는 104개사가 판매자로 나섰다. “대부분 제가 직접 써 본 제품을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따로 무슨 심사를 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띵굴마님이 쓰는 것이라면 믿고 쓸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거든요. 10월이 6회째였는데, 이젠 단골도 생겼습니다. 그분들은 띵굴시장을 연다는 공지를 내면 아예 쇼핑목록을 만들어 오세요.”

띵굴시장의 수익금 중 일부는 홀트아동복지회에 기부한다. 이씨와 홀트아동복지회는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이씨 부부는 2013년 10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아들과 딸 쌍둥이를 입양했다. 입양 당시 생후 7개월이던 두 자녀는 만 세 살이 됐다. “원래 남편과 제가 결혼할 때부터 입양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를 오랫동안 낳지 못하게 되고 나서, 입양을 결정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아이는 기른 정이잖아요. 얼마나 바쁜지 몰라요. 그렇지만 저희 부부에겐 세상에서 가장 큰 보물이지요.”

“‘완벽한 주부’의 편견 버려야”

그는 “살림의 기본은 ‘잘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무조건 모으기만 하고 버릴 줄 모르면 정리가 잘 안 되고, 그러면 집안이 엉망이 되기 때문에 살림이 안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옷장이든 냉장고든 비움의 기준이 없으면 수납할 공간을 만들지 못해요. 집의 인테리어도 안 되고요. 그런데 대부분 정리 못하는 사람들 특징이 뭔가를 버리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냥 끌어안고 있으려고 해요.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서 물건을 사고, 현명하게 버리는 게 살림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살림을 뭔가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습관처럼 자기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살림이란 예쁘게 보이고 자랑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며 “나와 가족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하는 모든 것이 살림이며, 누구든 살림의 여러 분야 중 하나쯤은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빨래든 청소든 정리든 뭔가 하나 정도는 잘하는 게 있어요. 안 해서 모르는 거죠. 살림살이 용품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죠. 직접 해 봐야 합니다. 만져 보고, 써 봐야죠.”

인터뷰 말미에 이씨가 당부한 건 “‘완벽한 주부’의 이미지를 버리라”는 것이었다. “집안의 최고경영자(CEO)인 주부가 행복하지 않으면 그 가정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국에선 주부들에게 ‘그것도 못해’란 말을 정말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자꾸 죄책감을 쌓는 환경을 조성하면 점점 더 살림에서 멀어지게 돼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우린 행복해지기 위해, 풍요로움을 품기 위해 살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잖아요.”

■ '수다의 힘' 인터넷 주부카페

맘스홀릭 베이비·레몬테라스 등 '입소문 막강파워'

인터넷에서 ‘주부들의 수다’가 막강한 마케팅 파워로 이어지는 건 이제 어느 분야에서든 당연시되고 있다. 이 같은 인터넷 주부카페의 형태는 지역별 소규모 카페를 비롯해 ‘맘스홀릭 베이비’ ‘레몬테라스’ 등 네이버 상위 10위 안에 드는 대형 인터넷 카페까지 매우 다양하다.

맘스홀릭 베이비(cafe.naver.com/imsanbu)는 임신부,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2003년 7월 개설된 뒤 현재 회원이 252만여명에 달한다. 출산 준비나 육아용품 공동구매, 각종 행사 참가 및 신제품 체험단 모집 등이 주요 테마다.

2004년 2월부터 개설된 레몬테라스(cafe.naver.com/remonterrace)는 인테리어와 패션, 요리법, 미용 및 건강 등 주부 생활과 관련된 각종 분야를 다룬다. 회원들이 자신의 집 인테리어를 소개하거나 애용하는 제품 브랜드를 알리는 코너가 인기를 끌고 있다. 회원은 293만여명에 이른다.

지역 단위 카페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경우도 많다. 해당 지역 정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실제 거주하는 주부들이라 보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 주부들의 카페 ‘은평맘톡톡’(cafe.naver.com/eunpyungmom)이나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주부들의 모임 ‘일산아지매’(cafe.naver.com/isajime), 서울 강남과 목동을 중심으로 학원과 교재 등 각종 교육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강남엄마 vs 목동엄마’(cafe.naver.com/gangmok)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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