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CC 전경.
전북 군산CC 전경.
골프장에서 카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하루 두 팀씩만 태워도 대당 400만~1500만원쯤 하는 구입 원가를 빠르면 100일, 늦어도 1년 정도면 뽑아준다. 이후부터는 1인당 2만원씩 받는 카트 사용료가 그대로 순익이 된다. 배터리만 제때 교체해주면 카트 수명은 최소 5년을 넘는다. 카트비가 폭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골프장 사장들이 “카트 운영 수익마저 없었으면 진작에 문 닫았을 골프장이 수두룩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그래서다.

군산CC, 골프 대중화 '승부수'…내년부터 카트 사용료 안 받는다
이 카트 사용료를 받지 않기로 파격적으로 결정한 골프장이 있다. 전북 군산의 군산CC다. 국내 최대 홀수인 총 81홀(대중제 63홀, 회원제 18홀)을 보유한 군산CC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내년부터 골프카트 사용료를 받지 않기로 잠정 결정했다. 국내 골프장 가운데 카트 사용료를 일시적 이벤트로 받지 않는 경우는 꽤 있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무료화를 추진하는 곳은 처음이다. 군산CC 이사회 관계자는 “내부 격론이 있었지만 라운드 비용을 낮춰 골프 대중화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일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군산CC는 카트 무료화 초기에는 연간 40억~50억원 안팎의 매출 및 이익 감소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골프 라운드 문턱이 낮아지면서 내장객 수가 늘어나고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트 사용이 무료면 1인당 라운드 비용이 2만원씩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군산CC는 이와 함께 주중 7만~8만원, 주말 10만~13만원인 그린피를 전체적으로 1만원가량 낮출 계획이다. 군산CC에서 라운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카트비를 합쳐 평균 3만원 정도 싸지는 셈이다.

군산CC는 또 2인승 카트도 도입해 친구끼리나 부부 골퍼들이 선호하는 ‘노캐디 2인 골프’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도 맘대로 누비고 다닐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코스의 잔디를 카트 타이어에 잘 손상되지 않는 중지(질긴 한국형 잔디)로 모두 교체할 방침이다. 이 골프장은 2014년부터 골퍼 혼자서 1인용 전동 카트를 끌고 캐디 없이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노캐디 셀프라운드’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호평받았다.

군산CC는 또 회원제 18홀(레이크, 리드 코스)도 퍼블릭(대중제)으로 전환해 81홀 전체를 퍼블릭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46억원의 입회금을 돌려주고 있으며, 90%가량 반환을 완료했다.

업계에선 군산CC의 카트비 무료화가 골프장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의 한 골프장 대표는 “영호남 지역에서부터 라운드 비용을 경쟁적으로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는 파격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