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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의붓딸 둔 27세 새아빠가 한 집에 산다면…

입력 2016-11-11 18:29:20 | 수정 2016-11-12 01:17:26 | 지면정보 2016-11-12 A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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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로맨틱 코미디 '우리집에 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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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는 유목민을 뜻하는 라틴어 노마드(nomad)와 디지털의 합성어다. 세계 어디서든 첨단장비를 휴대해 일하는 창의적인 전문집단을 뜻하는 이 단어는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독일 실존주의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는 떠도는 삶이란 개념에 일침을 놓는다. 그는 에세이집 《건축하는 것, 거주하는 것, 생각하는 것》에서 “인간은 건축물 안에 거주함으로써 비로소 사유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건축학자 크리스티안 노르베르그 슐츠(1926~2000)는 거주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그는 “인간은 거주하고 환경에 적응하면서 정체성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KBS 월화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 역시 바로 ‘우리 집’에 거주해 뿌리를 내리면서 책임있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한 남성의 이야기다.

주인공 고난길(김영광 분)에게는 평생 집다운 집이 없었다. 이름도 없이 보육원에 버려진 그에게 매일 찾아와 엄마처럼 보살펴준 신정임(김미숙 분)이 엄마이자 유일한 ‘집’이었다. 밑바닥 인생을 거쳐 만두 장인이 된 고난길은 신정임을 찾아와 가게를 돕는다. 그러다 신정임의 전남편이 막대한 사채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난길은 나이 차이가 서른 살 나는 신정임과 과감히 서류상 부부가 되기로 한다. 신정임을 돕고, 그의 딸이자 자신의 첫사랑인 홍나리(수애 분)를 지키기 위해서다.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인 만큼 상황 설정과 캐릭터들이 통통 튄다. 고난길과 홍나리는 졸지에 27세 새아빠와 30세 의붓딸이 된다. 연하 새아빠의 등장에 주위에서는 ‘사기꾼 꽃제비’라며 의심하지만, 각양각색 여행자를 돌보는 항공기 승무원인 홍나리는 고난길의 진정성을 알아보며 말한다. “가기 싫은 출장을 떠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 비행을 하다 보면 그 사람들의 표정이 보여요. 전 표정을 믿어요.”

이후 홍나리는 왜 엄마가 새아빠를 들였는지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직장에 장기 휴가를 내고 동네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내는 ‘엄마찾기’ 프로젝트를 벌였다. 홍나리의 이런 행동은 시청자에게 공감으로 다가온다. 가족이 아주 가까운 존재여서 오히려 제 모습을 알아보기에 소홀하다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홍나리는 순탄치 않은 삶에서 좌충우돌하면서도 긍정을 잃지 않는다. 이는 우직한 성격의 고난길과 차가운 재벌 2세 권덕봉(이수혁 분)에게 활기를 불어넣는다. ‘사랑하면 지켜주는 것’밖에 모르던 고난길은 홍나리의 솔직함에 감화돼 감정의 소통법을 배운다. “가족은 사악한 관계”라고 정의하는 권덕봉 역시 마찬가지다. 제 할 말을 다하고, 공과 사는 가리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홍나리를 통해 가족애를 돌아본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많은 거짓말을 한다. 남을 속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속이기도 하면서 진심을 숨기는 데 노련해진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잊는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는 물리적 안식처이자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 ‘집’을 중심으로 진심을 마주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그려낸다. 거주해야 비로소 사유하고 정체성을 갖게 되며, 흩어진 내면을 찾아간다는 하이데거의 주장이 더 와 닿는 대목이다.

이주영 방송칼럼니스트 darkblue8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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