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는 감기약이 아닙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감기에 걸린 어린이 환자에게 항생제를 쓰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항생제는 미생물(세균)이 다른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독성물질입니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1928년 최초의 항생물질인 페니실린을 찾아냈습니다. 플레밍은 균 배양액에 날아들어온 푸른곰팡이가 항생물질을 배출해 곰팡이 주위로 배양하던 균이 접근하지 못하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이후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항생제는 감기약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감기 치료에도 항생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유독 어린이 환자에게 항생제가 많이 처방되는데요. 국내 어린이 외래 환자에게 처방한 항생제의 75%는 단순 감기 치료에 쓰였습니다. 국민 100명 중 3명은 매일 항생제를 복용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5% 많은 수치입니다.

최근에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의 출현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세균은 항생물질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항생물질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춥니다. 이를 내성균이라고 부릅니다. 영국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050년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명이 내성균에 의해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9월 유엔 총회에서 항생제 내성 해결을 위한 결의안이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소아 감기(급성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사용지침’에서 감기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이어서 세균 감염 치료에 쓰이는 항생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목이 붓고 아픈 급성인두편도염과 축농증이라고 불리는 급성부비동염은 항생제 사용이 허용됩니다. 감기로 염증을 동반하는 2차 합병증이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성인 감기에 대해서도 지침을 마련해 5년 내 항생제 사용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입니다. 항생제가 빠른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야 할 때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