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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최순실 파문, ‘살라미 전술’ 덫에 걸린 정치권

입력 2016-11-11 15:29:38 | 수정 2016-11-11 15: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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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내놓는 수습 방안 타이밍 놓치고 번번이 미흡
정치권 요구 한꺼번에 들어주지 않고 ‘잘라서’ 하나씩 내놔

야당은 자고 일어나면 새 요구 조건 제시하며 대화 거부
‘거국중립내각 거부 핑계거리 찾기’ 의혹 제기돼
청와대-야당, 핑퐁 게임…국정공백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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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난파선 앞에 서 있다. ‘최순실 파문’의 내환(內患)에 준비 없이 맞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의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이런 ‘내우외환’상황을 극복하는데 주도할 책임있는 정치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마주 앉아 해법을 찾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야당은 마치 ‘핑퐁게임’을 하듯 하나 던지면 또 하나 더 요구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마치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는 듯 하다.

살라미는 소금에 절인 이탈리아 소시지다. 짜기 때문에 조금씩 썰어 먹는다. 이에 빗대어 협상 테이블에서 한번에 목표를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부분별로 세분화해 차례로 각각에 대한 대가를 받아냄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살라미 전술’이라고 한다. 정치학적으로는 궁지에 몰릴때마다 조금씩 양보하는 전술로, 동정론 확산과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위기의 진원지는 청와대다. 박근혜 대통령은 위기 상황에서 수습 방안을 내놓았지만 매번 타이밍을 놓치고, 그 내용도 번번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두차례 사과했지만 민심을 수습하는데 실패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월22일 ‘미르 의혹’과 관련한 야당의 공세에 “혼란이 가중된다”며 비판했다. 10월25일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일부 연설문과 홍보물 표현 등에서 (최순실로부터)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으나 여론은 더 악화됐다. 같은 달 30일에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이재만·안봉근 비서관 등을 경질했다.

11월2일 정치권과 소통없이 던진 ‘김병준 총리 카드’는 정국을 더 꼬이게 했다. 이틀 뒤 대국민담화에서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검찰조사와 특검을 받겠다고 했다. 8일엔 국회를 방문,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나 ‘국회 추천 총리’를 제안하고 ‘총리의 실질적 내각 통할 권한 보장’을 약속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권한 이양이나 2선 후퇴에 대한 명확한 언급 없이 국회 설득에만 주력해 해결의 돌파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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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자고 일어나면 새 제안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월26일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탈당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이 거국내각을 수용하자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31일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거부했다. 대통령 담화 뒤 민주당은 조건부 정권퇴진론을 들고 나오며 공을 다시 박 대통령에게 넘겼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 추천 총리 후보자에게 전권을 주면 된다. 이것 하나만 받아주면 정권퇴진 운동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 추천을 의뢰하자 민주당 등 야3당 대표는 박 대통령 탈당과 명확한 2선 후퇴 등 또 다시 추가 조건을 내걸며 거부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 총리 추천 제안을 일축하며 영수회담도 거부하고 거리로 나서는 야권의 모습은 문제 해결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정권을 잡으려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거국내각 거부의 핑계거리 찾기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거국내각을 수용하면 향후 국정운영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도 있다. 국정운영이 부실할 땐 비판의 화살을 받아야 한다. 여권의 실정을 부각시켜야 내년 대선전에서 유리한데, 거국내각에 참여하게 되면 그게 불가능해진다. 결국 야당은 ‘최순실 파문’을 계기로 ‘대통령 고사(枯死) 전략’에 돌입해 정국 주도권을 대선때까지 이어가려는 모양새다.

청와대와 야당의 이런 자세를 보이는 사이 나라는 난국수습은 커녕 회오리 속으로 점점 더 빠져들면서 국정공백은 장기화되고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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