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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긴급 진단] 강한 미국…'레이건의 미국'이 재건된다

입력 2016-11-10 18:35:34 | 수정 2016-11-11 04:10:14 | 지면정보 2016-11-11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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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 친구인지 물어올 것
경제 중심축 금융서 산업으로
SOC 투자는 한국 기업에 기회

감세 등 자유시장원칙 전면 재부상
파리협정 등 좌경적 정책 폐기 수순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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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자(者)와 나쁜 여(女)의 대결에서는 결국 미친 자(者)가 이겼다(한자는 훈으로 읽어달라). 우리는 그렇게 농담들을 했다. 이제 농담은 끝났다.

트럼프 시대는 시건방진 주류의, 위선적 언어체계의 허를 찌르면서 그렇게 막이 올랐다. 1960년대 후반 신좌익이 구축한 좌익적 언어체계, 즉 금기어들은 모두 무너졌다. 젠더페미니즘, 인종주의 딱지, 다양성, 소수자 보호, 상대주의, 환경근본주의 신화는 모두 무너졌다. 위선은 끝났고 좌익적 세력은 응징을 받았다.

트럼프에게는 지극히 정상적인 언어가 필요했다. 행동은 실용주의지만 그는 철저하게 보수적, 혹은 우파적 언어를 쓴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incorrect), 그러나 실질에는 부합하는(correct) 언어의 회복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다. 뉴노멀로 가는 것이 아니라 노멀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멀미와 현기증이 일어났고 또 그럴 것이다. ‘미친 자’는 워싱턴 정계에서 오랜 세월 권력을 누려온 기득권 정치를 이겼다. 공화당조차 반발이 컸다.

아마 샌더스를 지지하던 많은 서민도 결국에는 트럼프를 지지했을 것이다. 히스패닉이나 이민 출신들도 당초의 분노를 삭이면서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한인들도 그랬다.

트럼프가 이민의 뒷문을 닫아버리겠다는 것은 기존 이민자들에게는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것과 같다. 이것이 트럼프 정치학의, 트럼프 경제학의, 트럼프 거래학의 기본 구조다. 그는 상대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이번엔 선거였다.

트럼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자(者)가 돼버린 존재들은 언론이다. CNN은 악의적으로 여론을 다뤘고 기성 언론들은 트럼프를 바보로 만들고 조롱하고 비아냥댔다. 언론은 가장 질 나쁜 패배자가 됐다.

트럼프는 레이건 시대 미국의 재건을 꿈꾸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오른쪽)을 예방한 젊은 시절의 트럼프.기사 이미지 보기

트럼프는 레이건 시대 미국의 재건을 꿈꾸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오른쪽)을 예방한 젊은 시절의 트럼프.


첫 정상회담은 역시 네타냐후

허무한 자(者)도 있다. 아베는 지난 9월19일 뉴욕까지 찾아가 클린턴과 껴안고 악수하고 댄스를 하면서 두 달이나 앞당긴 당선 축하 파티를 열었다. 그런데 덜컥 트럼프가 돼 버렸다. 졸지에 새가 되고 말았다. 아베가 뉴욕에 왔다는 말을 들은 부하들이 “우리도 아베를 만나야 한다”고 채근했지만, 트럼프는 “아베가 먼저 전화할 때가 온다”는 말로 건의를 묵살했다. 이 사실은 일본도 모를 것이다. 푸틴은 춤을 추고, 시진핑은 침묵하고, 아베는 발버둥을 친다. 다음주 14일 아베 특사가 트럼프에게 간다는 발표는 개표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던 9일 점심 무렵 일본 총리실에서 제1보가 나왔다. 어제는 아베가 직접 17일 미국에 가서 (제1호로) 트럼프와 회담한다고 발표했다. 시진핑은 주판알을 튕기고 사드 문제에는 조용히 입을 닫기로 결정할 것이다. 중동의 IS조차 낯선 자(者)를 테스트하기에는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한국은 온통 대통령 사냥놀이에 몰두하고 있다.

어제 트럼프의 첫 정상회담 기회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에게 올 것이라는 보도가 터져나왔다. ‘역시!’라고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첫 백악관 비서실장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내정됐다. 트럼프와 완벽하게 닮은꼴인 이 사위는 유대인이며, 신심이 깊은 유대교 신자다. 우리는 쿠슈너라는 이 이름을 나중에 다시 끄집어낼지도 모른다. 미국은 트럼프 시대에도 미국이다. 아니 가장 미국적인 미국, 바로 레이건적 미국이 재건될 것이다.

중국은 많이 양보하게 될 것

중국은 45% 관세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실제로 45%로 관세율을 올리면 이는 미국에도 재앙이 된다. 미국 소비자들은 중국산 없이 1주일도 버티기 어렵다. 그러나 얼마간은 올라간다고 봐야 한다. 일부 품목은 진짜 45%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은 결국에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할 것이다. 일부 첨단 중국 제조공장의 미국 이전이 일어날 것이다. 중국이 양보할 것들의 긴 명단에는 북한도 포함돼 있다. 강경원칙주의자들이 트럼프 진영에는 많다. 푸틴은 가장 먼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었고, 친근한 인사를 나눴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제45대 미국 대통령에게 첫 전화를 걸었다. 박 대통령은 헤어날 길 없는 진흙탕에서 벗어날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트럼프 진영의 한 인사는 “한국의 정치권, 특히 야권이 얼마나 허약한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핵이나 한·미방위조약, 남중국해 문제에서 소위 한국 진보진영에 던져진 시험지에 한국의 정치 그리고 야권은 어떤 답을, 답변을 써야 할 것인가.

금융에서 제조로, 산업의 축 이동

경제는 금융에서 산업으로 축을 옮길 것이 확실하다. 금융인(financier)에서 산업인(businessman)으로 미국 경제를 돌리는 사람들의 얼굴이 바뀐다.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임기가 끝나면 래리 커들로가 후임이라는 말이 벌써 나온다. 커들로는 ‘정규재tv’와 거의 같은 포맷인 ‘커들로tv’를 운용하는 경제언론인 출신 논평가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CNBC에서 ‘경제적 자유’야말로 경제성장과 번영을 위한 가장 정확한 노선이라고 역설하는 동영상이 있다. 옐런 후임으로 가기까지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를 맡을 것이다. 중앙은행 의장을 고매한 학계(버냉키) 출신도, 화려한 로비스트(그린스펀)도, 우직한 중앙은행인(옐런)도 아닌 경제언론인에서 보임한다면 이는 기존의 판세를 엎어버리는 것과 같다.

자유주의 경제관 본격 등장

트럼프는 저금리주의자지만 트럼프의 참모 대부분은 강(强)달러주의자다. 재무장관 후보로는 윌버 로스와 스티브 포브스가 자리를 다툰다. 로스는 금융가다. 한국이 외환위기 와중이던 1998년 한국을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한라그룹 현대투신 매각작업에 뛰어들었던 바로 그자다. 성격이 까다로워서 당시 한국 재경원 관료들이 혀를 내둘렀다. 스티븐 누킨도 재무장관 후보다. 골드만삭스 출신이고 트럼프 캠프 재무책임자다. 스티븐 무어 등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출신의 약진이 눈에 띈다. 전통 자유주의 보수경제학 그룹의 약진이며 공화당 정강정책이 좌경적 유혹에서 벗어나 정위치로 돌아가는 느낌을 준다.

법인세 인하는 ‘미친 자’가 아니면 감히 도전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이다. 현행 35%를 15%로 파격적으로 인하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각국으로부터 엄청난 원성을 듣고 있는 아일랜드의 12%에 근접한다. 애플은 막대한 해외 소득을 미국으로 옮기라는 압력을 받을 것이다. 애플은 막판에 클린턴을 지지했다가 망신살이 뻗쳤다. 아일랜드에서는 불과 2%의 법인세만 내왔지만, 이제 상대는 트럼프다. 법인세 15%는 트럼프의 소득세 인하 목표 33%(현행 39.3%에서)와 격차를 더 벌리게 된다. 미국의 부자들로서는 어떤 형태건 회사를 차려서 절세하자는 붐이 불 만도 하다. 그게 트럼프 경제학이다. 레이건과 정확하게 같다. 레이건은 상속·소득세를 70%대에서 50% 이하로 인하했다.

트럼프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 미국 지도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정책 연설도 아닌 곳에서 그는 SOC 투자부터 꺼냈다. 아마도 애플은 자율주행차 전용 도로에 대한 초대형 투자계획을 밝힐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SOC 투자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 기업이 뛰기 나름이다.

트럼프가 내세운 4% 경제성장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아연 활기를 띨 수도 있다. 그동안의 좌경적 정책들은 요란한 파열음을 내면서 접거나 축소된다. 감축을 위한 파리협정 등은 전면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 조정될 것이다. 신재생산업도 그럴 것이다. 금융과 서비스 산업에서 제조업 중시로 복귀하는 흐름은 명확하다. 특히 환경 정책은 가장 격렬한 불협화음을 내게 된다.

한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답 내놔야

관심을 끄는 것은 대외정책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국방정책과 같다. 뉴트 깅리치와 볼턴, 세션스 등이 경합하고 있다. 국방장관에는 마이클 플린이다. 플린은 CIA로 갈지도 모른다. 누가 국방장관이 되든 한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물론 모범답안은 정해져 있다. 중국의 영토성을 인정하지 않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그 쉬운 답을 미뤄 왔다. 중국도 제 코가 석자다. 사드 배치 문제에 중국은 침묵할 것이다. 중국도 공손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사드는 한국이 트럼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증언하게 된다. 신속한 배치가 답이다. 주둔군 협정과 비용 문제도 답변서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 대선 와중에 미국이 북한과 홍콩 회담을 한 것은 실로 중대한 사태 전개였다. 자칫 한국을 배제한 북·미 평화회담이 클린턴 쪽에서 거론될 수도 있었다. 당시 트럼프 진영에서는 외과수술적 폭격을 대안으로 검토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부는 이 사실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한국 언론 정치중독 심각

트럼프는 공화당에 빚이 없다. 지금 공화당은 살생부가 나도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한다. 배반자가 많았고 언론에 부화뇌동한 자들에 대한 징벌과 보복은 온전히 트럼프의 손에 달린 형세다. 특히 언론은 심각한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의 머리나 복장 말투 등을 이상하리만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미친 트럼프, 또라이 트럼프’라는 이미지를 기어이 만들어냈다. 이는 한국 언론과 같다. SNS 시대가 되면서 언론의 평균적 저질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공의 이미지가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조작되면서 국민들이 한쪽 방향으로 쓸리는 등 부작용이 심화되는 것이다. 지난 6월의 브렉시트 당시에도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인들은 점점 평균적으로 무지해지고 있고 외톨이가 되고 있고 국내 정치 오타쿠처럼 변해가고 있다. 그게 트럼프 시대를 맞는 한국의 가장 큰 문제다.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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