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노조, 감원 동의 안하면 법정관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노동조합의 자구안 동의를 조건으로 2조8000억원 규모 자본을 추가로 확충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자구안 이행에 동의하고 쟁의행위(파업) 금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자본확충을 포기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부채비율 7308%→900%로 개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노사의 강도 높은 고통 분담을 전제로 자본확충을 추진하겠다고 10일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1조8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 대출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으로 자본을 확충한다. 수출입은행은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 1조원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본확충에 동참한다. 당초 수출입은행은 금융위원회로부터 1조6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 동참을 요구받았지만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규모를 줄였다.

산업은행은 자본확충 효과를 높이고 대주주로서 책임을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자본확충 전 보유 주식에 대한 차등감자를 추진한다. 지난해 대우조선 정상화 추진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 약 6000만주는 무상소각하고, 잔여 지분은 10 대 1 비율로 무상감자한다. 소액주주 지분에 대해서도 10 대 1 감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6월 말 기준 총부채(18조621억원)가 총자산(17조2858억원)보다 7763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번 자본확충이 이뤄지면 자기자본은 약 1조6000억원으로 늘어나고, 지난해 말 기준 7308.4%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약 900% 수준으로 떨어진다.

◆노조 18일 이전까지 동의할까

이 번 자본확충은 노조의 자구안 동의가 조건이다. 산업은행은 앞서 대우조선 노사를 대상으로 자구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하는 확약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노조가 거부하고 있다. 확약서에는 장기적인 경영 안정을 위해 ‘노조의 쟁의행위 금지’도 포함돼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조조정 회사에 대해 노조 동의서 없이 지원한 사례가 없다”며 “노사 간 합의가 전제돼야만 채권단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노사확약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신규 자금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다. 대우조선은 현재 1만2600명인 직원을 2018년까지 8500명으로 줄이고 간접 생산직을 위해 분사하며 특수선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겠다는 자구안을 마련했다. 대우조선의 연간 인건비 부담은 9000억원 규모다. 노조는 고용을 보장하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전 조합원에게 4시간 파업지침을 내리는 등 실력행사도 했다.

산업은행은 오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조선 출자전환을 확정할 예정이다. 만약 대우조선 노조가 18일 전까지 동의하면 대우조선의 자본확충은 예정대로 이뤄진다. 대우조선은 25일 주주총회를 열어 자본확충과 감자가 확정되면 다음달 말 효력이 발생한다.

만약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자본확충에 차질이 생겨 상장폐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거래소는 지난 9월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하는 대우조선에 대해 1년간 개선 기간을 줬다. 개선계획이 이행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상장폐지될 수 있다는 조건도 달았다. 또 자본잠식과 높은 부채비율로 해외 수주에서 제한을 받는다. 채권단은 “상장폐지되고 영업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유동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대우조선은 내년 4월부터 연말까지 9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상장폐지에 수주까지 끊기면 이를 갚기 어려울 것이란 게 금융권 시각이다.

안대규/김일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