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품산업에서도 삼성같은 기업 나와야"
“한국에선 젊고 유망한 청년들이 대부분 정보기술(IT)이나 금융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지만, 칠레에선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농업 분야로 옵니다. 이것이 칠레 농식품산업이 성장하는 이유입니다.”

칠레 최대 종합식품기업 아그로수퍼의 길레르모 디아즈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0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 인터뷰에서 “농업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인데 한국에선 사양산업으로 치부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그로수퍼는 양계사업으로 시작해 돼지고기, 채소, 연어, 와인 등 농·축·수산물을 세계 45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농식품기업이다. 지난해에만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인구 1700만명의 칠레 내수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25년 전부터 축산물을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한국 등에 수출하면서 최근 12년간 17%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디아즈 CEO는 “한국 식(食)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편에 속한다”며 “그런데도 식품 분야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개입을 한국 농업 발전을 해치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농업을 공공부문에서 지원하지만 시장 확대를 위해선 정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연구개발, 마케팅 등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춘 민간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칠레에선 구제역 같은 가축 질병이 29년째 발생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역으로 정부가 농업에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칠레에선 가축과 관련해 질병이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기업이 져야 한다”며 “회사의 생존이 달린 문제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