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서커스·마임 등 혼합…화려한 볼거리 선사할게요"
“제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큰 공연입니다. 3년 전 초연 이후 작품의 완성도가 가장 무르익은 이때에 한국 관객에게 공연을 선보이게 돼 정말 기뻐요.”

프랑스 출신의 스타 안무가 필립 드쿠플레(55·사진)는 10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11일부터 사흘간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융·복합 뮤지컬 ‘콘택트’의 연출가이자 안무가다. 그는 “연극·서커스·카바레 공연·마술 등 여러 장르를 아울러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라며 “한국 관객이 ‘조금 이상한’ 이 작품을 즐겨주길 바란다”고 했다.
11일부터 사흘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융·복합 뮤지컬 ‘콘택트’.
11일부터 사흘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융·복합 뮤지컬 ‘콘택트’.
태양의 서커스 ‘아이리스’, 크레이지 호스 ‘욕망’ 등을 연출한 드쿠플레는 융·복합 예술 공연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그는 춤과 연극, 서커스, 마임 등 다양한 공연 장르를 한 작품에 뒤섞는다. 비디오 영상과 멀티미디어 그래픽, 그림자극으로 무대를 다양하게 연출한다. 독특한 무대 건축과 패션도 그의 공연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다.

콘택트는 드쿠플레가 2014년 ‘파노라마’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내한 공연이다. ‘파우스트’라는 가상의 뮤지컬을 연습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다. 모든 출연자가 각각 춤과 연기, 노래를 선보이며 다양한 예술 장르를 오간다. 무대 위에서 첼로나 전자피아노, 록기타를 연주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는 명확한 플롯이 없다. 원작 내용은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의 계약 등 일부만 등장한다. 관객이 눈앞의 풍경을 자유롭게 즐기도록 이야기에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드쿠플레는 “관객이 무대를 보며 호기심을 느끼게 하고 싶다”며 “어두운 현실 속에서 자유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낯설지만 멋진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독특한 공연을 선보이는 비결로 실험정신과 도전을 강조했다.

“저는 일단 실험을 시작하고, 해답을 차차 찾아나가는 식으로 작업합니다.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려고 노력해요. 무용이나 연극, 뮤지컬 등은 저마다 고유한 문법이 있습니다. 각 장르가 뒤섞일 때 서로의 문법이 충돌하고,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죠.”

그는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단순히 무대에 모아놓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각 장르를 화학적으로 결합할 때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팀워크도 강조했다. “제 공연 팀엔 다양한 문화권 출신 배우와 무용수, 음악인이 있습니다. 이들로부터 창의성을 자극받아요. 각자의 아이디어가 저를 새로운 영역으로 데려가죠.”

그는 31세이던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 예술감독을 맡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올림픽 개막식을 연출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2018년 강원 평창에서 개최될 동계올림픽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프랑스 당국은 네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색채와 젊음, 프랑스적 역동성, 스포츠의 순수함이었죠. 제가 가장 노력한 부분은 스포츠의 순수함이었어요. 나머지 요소는 작품 활동을 하며 이미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미학적 역량을 스포츠의 순수함에 잘 녹여내길 바랍니다.”

그는 “올림픽의 개·폐막식에는 많은 사람이 관여하기 마련인데 예술감독에게 표현의 전권을 줘야 한다”며 “예술감독에겐 새로운 시도로 ‘예술적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도전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만~8만원. (02)2005-0114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