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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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공유 서비스 업계의 리더인 ‘우버’를 잡겠다며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미국 뉴욕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이 있다. 이스라엘 출신 탈몬 마르코(·43·사진)가 세운 자동차공유 서비스 기업 ‘주노’다. 아직 우버에 대적할 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차량공유 시장의 격전지인 뉴욕에서 단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경쟁자와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차량공유 서비스업체들은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경쟁 업체로부터 이용자를 빼앗아왔다. 그러나 마르코 최고경영자(CEO)는 “가격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기업들의 벼랑 끝 경쟁이 운전자의 희생을 가져왔고, 이런 상황이 정당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버는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운전자들을 완전히 잊고 있다”며 “모든 직원이 경영진을 싫어하는 상황을 떠올려봐라. 그리 좋은 곳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주노는 이용자보다 운전자에게 집중한다. 운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 능력 있는 운전자를 끌어오겠다는 계획이다.

◆전통 강자 있는 시장 파고들어

1973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마르코는 텔아비브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와 매니지먼트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3년간 이스라엘방위군 중앙사령부에서 최고정보책임자(CIO)로 군복무를 했다. 이곳에서 그는 이고르 메그지니크를 만난다. 이후 그와 함께 두 개의 기업을 공동 설립한다.

마르코는 1997년 군복무를 마치자마자 컴퓨터 전공을 살려 창업 시장에 발을 들였다. 그해 처음 세운 것이 기업 네트워크 최적화 기업인 익스팬드네트웍스다. 이듬해 메그지니크와 함께 개인 간(P2P) 동영상공유 앱(응용프로그램)인 아이매시를 세웠고 2010년에는 메그지니크, 사니 마롤리, 오퍼 사모차와 함께 모바일 메신저 앱 바이버의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르코는 선두주자가 있는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아이매시를 설립한 당시 시장에는 냅스타라는 강자가 있었다. 바이버 창업 당시에도 스카이프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불편하고 자주 전화나 메세징 앱이 꺼지는 점을 개선하겠다며 시장에 진입했다. 스카이프와 비슷하지만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 바이버의 이용자 수는 2013년 12월 기준 월 2억8000만명으로 늘어났다.

그의 전력을 살펴볼 때 바이버 다음으로 우버와의 경쟁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바이버의 성공은 눈부셨지만 그러는 동안 마르코는 새 기업을 세울 계획을 마련하고 있었다.

◆운전자 친화 정책으로 우버에 도전장

2014년 마르코는 잘나가던 바이버를 돌연 일본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해 2월 9억달러(약 1조원)로 바이버를 라쿠텐에 매각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올해 초 그는 자동차공유 서비스 시장의 격전지인 뉴욕에서 주노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우버 운전자들이 우버의 요금 인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치열해지는 자동차공유 서비스 시장에서 이용자를 더 끌어오기 위해 우버는 각종 프로모션과 가격 인하 정책을 벌였다. 우버는 2014년 요금을 20%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행사를 열었고, 지난 1월에는 운임의 15%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가격 삭감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전가됐다는 점이다. 우버는 운전자를 독립적인 사업자로 볼 것인지, 직원으로 간주할 것인지에 대한 법정 소송도 하고 있었다.

마르코는 우버가 운전자를 부당 대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뉴욕으로 가 운전자에게 적합한 대우를 해주는 방식으로 이 시장을 바꿔놓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우버와 리프트 등은 매번 가격을 인하하는데, 이것은 운전자들을 이용해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노는 운전자에게 여러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한다. 우버는 최고 25%에 달하는 수수료를 운전자에게서 거두고 있다. 주노는 우버의 절반가량인 10%의 수수료만 뗀다. 우버가 운전자들에게 팁을 받지 못하게 하는 반면, 주노에 등록한 운전자는 팁을 받아도 상관없다.

마르코는 장기적으로 주노에 독점적으로 등록된 운전자를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운전자에게 최저 소득을 보장하고 각종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10년 내 주노 주식의 50%를 운전자에게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우버가 상장한다고 해서 운전자에게 혜택에 돌아가는가? 아니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면 운전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쫓겨난다. 주노의 운전자들은 각자 자신의 지분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버에 성난 운전자 빨아들인다”

뉴욕 자동차공유 서비스 시장에서 주노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주노의 운전자 수나 이용자 수에서 경쟁자인 우버나 리프트에 밀리는 상황에서 운전자들이 주노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운전자가 주노만 이용할 경우 1주일간 받는 이용자는 리프트의 절반, 우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미 포화상태인 뉴욕 자동차공유 서비스 시장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미 영국의 자동차공유 서비스 기업 ‘하일로’는 2013년 뉴욕에 진출했지만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그러나 주노가 운전자와의 상생모델로 차별화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공유 서비스 시장에서는 이용자 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유능한 운전자를 채용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주노는 운전자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고 우버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운전자들을 채용하고 있다. 능력 있는 운전자들을 경쟁사로부터 끌어들여 이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FT는 “주노가 성난 운전자들을 더 나은 운임과 정당성으로 빨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