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악의 오보 > 미국 역사상 최악의 오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미국 시카고데일리트리뷴 (현 시카고트리뷴)의 1948년 대통령 선거 보도. 당시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토머스 듀이 공화당 후보가 해리 트루먼 민주당 후보를 이겼다고 1면 머리기사로 올려 인쇄까지 마쳤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트루먼 당선자가 ‘듀이, 트루먼 물리쳐’라는 제목의 오보 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미국 최악의 오보 > 미국 역사상 최악의 오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미국 시카고데일리트리뷴 (현 시카고트리뷴)의 1948년 대통령 선거 보도. 당시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토머스 듀이 공화당 후보가 해리 트루먼 민주당 후보를 이겼다고 1면 머리기사로 올려 인쇄까지 마쳤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트루먼 당선자가 ‘듀이, 트루먼 물리쳐’라는 제목의 오보 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는 틀렸고 인공지능(AI)이 맞혔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우세를 예측한 현지 언론사들의 여론조사가 일제히 빗나갔다. 그러나 AI는 일찌감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공화당)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행 여론조사가 표본오차나 휴먼에러(사람의 본질적인 특성에 따른 오류) 등으로 한계가 적지 않은 데다 AI와 빅데이터 분석은 쌓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선택 트럼프] "클린턴 승리" 외칠 때…구글 트렌드·AI는 트럼프 당선 알았다
◆“여론조사보다 AI가 더 정확”

미 대선을 하루 앞두고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현지 언론사들은 대부분 클린턴이 근소한 차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는 클린턴의 지지율이 47%, 트럼프는 43%로 나타났다. CBS와 폭스뉴스, 이코노미스트의 지지율 격차도 모두 4%포인트였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의 승리 확률을 86%로 점쳤고 외신은 90%라고 했다.

그러나 AI는 달랐다. 인도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제닉AI’가 개발한 인공지능 ‘모그IA’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집한 2000만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가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4년 개발된 모그IA는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까지 정확하게 맞혔다. 산지브 라이 제닉AI 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에 비해서도 현재 트럼프의 관심도가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구글의 검색 키워드 추세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도 클린턴이 아니라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 트렌드에서 지난 한 달간 ‘클린턴’ 및 ‘트럼프’ 키워드의 관심도(특정 기간 검색어의 인기도)를 살펴보면 미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에 대한 이메일 스캔들 재조사를 발표했던 지난달 28일 전후를 제외하면 트럼프가 클린턴을 꾸준히 앞섰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관심도에는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한데 섞여 있지만 격차나 지속성 등을 살펴볼 때 트럼프가 클린턴에 비해 유리한 흐름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도 맞힌 ‘구글 트렌드’

구글 트렌드는 지난 6월 영국에서 치러진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전화 여론조사 결과만 믿고 브렉시트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언론들도 여론조사를 근거로 유럽연합(EU) 잔류에 힘을 실었다. 반면 구글 트렌드에 기반을 둔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잔류가 아니라 탈퇴가 유력한 것으로 나왔다.

이진형 LG CNS 소셜데이터분석팀장은 “여론조사는 표본오차는 물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의 심리까지 작용하면서 상당한 오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반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소셜서비스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만큼 빅데이터 분석이 보다 정확한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또 “AI는 데이터 축적에 따라 정확도가 꾸준히 높아지는 만큼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여론조사도 빅데이터 분석으로 접근할 수 없는 다양한 관점을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