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겼다”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지지자들이 8일(현지시간) 뉴욕 힐튼미드타운호텔 로비에 모여 트럼프 당선을 축하하며 환호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 “이겼다”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지지자들이 8일(현지시간) 뉴욕 힐튼미드타운호텔 로비에 모여 트럼프 당선을 축하하며 환호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트럼프노믹스의 구호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 가치에 둔다는 뜻이지만 사실상 미국우선주의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에 대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마저 미국우선주의로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견지해온 자유무역주의 정책은 대폭 후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유세 과정에서 “최악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도 불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 “최악의 재앙”이라고 비판하면서 “당선되면 완전히 폐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산 자동차에 35%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은 물론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의 선택 트럼프] 중국산 제품 45% 관세·WTO 탈퇴…흔들리는 미국 자유무역주의
◆중국에 45% 보복 관세

트럼프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에 대해서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모든 수입품에 45%의 징벌적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미·중 간 최악의 통상마찰을 예고했다. 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로 매년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관행적인 기술 이전 요구에 대해서도 ‘불관용’을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막판까지 전력을 다해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통과를 무산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환율 조작과 판매망 제한 등 비관세장벽으로 일본과의 자동차 교역에서만 무역적자가 2025년까지 230억달러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근거다.

◆부자 감세와 금융규제 완화

트럼프노믹스의 또 다른 얼굴은 대폭적인 세금 감면이다. 세제를 단순화하고 소득과 상관없이 세금 부담을 낮춰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 현행 7구간의 소득수준별 세율구간을 4개로 단순화하고 저소득층 7300만가구에 대해서는 소득세 면제와 함께 최대 40%에 달하는 상속세율을 없애기로 했다. 현재 최고 39.5%에 이르는 법인세율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15%로 낮추기로 했다.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한 세금납부 유예는 폐지하되 이를 미국으로 들여올 경우 1회에 한해 10%의 특혜세율을 적용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인프라에 1조달러 투자

트럼프 당선자는 임기 동안 1조달러의 공공인프라 투자를 공언하면서 도로, 교통, 에너지, 통신 인프라 재건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내수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전략이다. 이 경우 건설뿐만 아니라 철강, 운송, 건설기자재 등 관련 시장이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공공지출을 통해 소비자 지출이 늘어나면 자동차, 가전, 정보기술(IT) 등 일반 소비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화석 에너지’ 개발 공약도 관련 투자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내 개발되지 않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의 가치가 50조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적극적인 개발을 주장한 만큼 대폭적인 규제완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보는 수익자 분담원칙

트럼프노믹스는 안보에서도 철저한 수익자 분담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차기 정부의 유력한 국방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마이클 플린 전 육군 중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이 안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기존 동맹관계를 재평가하면서 스마트하게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해 장병 수를 540만명까지 늘리고 첨단 방위시스템 현대화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공약했다. 공약이행을 위해서는 최소 160억달러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전망이어서 미국의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방위비 부담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