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시스템통합(SI)업계 최대어로 꼽히는 산업은행 차세대 금융시스템 구축사업(약 2000억원) 수주전의 막이 올랐다. 국내 금융 SI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LG CNS와 SK(주)가 이번 사업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9일 금융권과 SI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11일 차세대 뱅킹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개 경쟁 입찰을 마감한다. 약 1주일간 심사를 거쳐 오는 18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2000억원 산업은행 금융시스템 수주전…'3연승 도전' LG CNS  vs  'AI로 반격' SK
이번 수주전에는 LG CNS와 SK(주)가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LG CNS는 카카오뱅크 교보생명 등 올 들어 발주된 차세대 금융시스템 구축 사업 입찰에서 SK(주)를 잇따라 따돌린 바 있다. 여기에는 LG CNS가 4년 전부터 독자 개발해온 모델기반개발(MDD) 시스템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MDD에서는 모델만 만들어 놓으면 개발자가 일일이 소스 코드를 입력하지 않아도 프로그래밍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경험이 미숙한 개발자도 금융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시스템 유지 보수 등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레벨3(100% 자동 코딩)까지 진화한 LG CNS MDD는 2013년 전북은행을 시작으로 5개 금융회사의 차세대 뱅킹시스템에 적용됐으며 현재 카카오뱅크 교보생명 등 세 곳에도 구축 중이다. LG CNS는 전북은행의 일부 뱅킹시스템을 광주은행에 재사용하기도 했다.

SK(주)는 이에 맞서 최근 비슷한 방식의 자동화소프트웨어개발(ASD) 플랫폼을 선보였으며 내년 초 IBM 인공지능(AI) 컴퓨터 왓슨도 향후 차세대 금융시스템에 접목하겠다는 계획이다. SK(주)는 최근 IBM과 함께 준공한 경기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왓슨 한국어 서비스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LG CNS가 최근 구축을 완료한 광주은행 차세대 뱅킹시스템이 지난 7일 공식 오픈 직후 전산 장애가 발생하면서 막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LG CNS와 광주은행 측은 이번 장애가 LG CNS 측에서 설계한 계정계, 정보계 등 코어 뱅킹 시스템이 아니라 한 국내 중소기업이 구축한 인터넷뱅킹 시스템에서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자동화기기(ATM)나 스마트폰뱅킹 등은 거래가 정상 처리되고 있다”며 “다소 촉박한 일정으로 시스템 연동 테스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LG CNS 관계자도 “산업은행은 인터넷뱅킹까지 사업 범위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