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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여직원 77% "성폭력 피해 경험"

입력 2016-11-09 17:35:54 | 수정 2016-11-10 03:54:16 | 지면정보 2016-11-10 A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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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노조 설문 결과 한경 입수

"저자·역자에 당했다" 44.6%
음담패설 등 언어 성폭력 53.7%
출판사 여성 편집자 A씨는 최근 유명 저자와의 술자리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출판사 사장이 저자에게 여직원을 한 명씩 소개하며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라”고 말한 것이다. 사장은 여직원들이 저자와 ‘러브샷’을 하도록 강요했다. A씨는 “마치 유흥주점 접대부가 된 것 같아 불쾌감을 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다른 출판사의 여성 편집자 B씨는 “회식 자리에서 남자 상사가 스킨십을 시도하는 일이 많다”며 “사장이 참석한 술자리에서는 모두 사장과 강제로 포옹해야 하고 노래방에서는 걸그룹 춤을 추도록 부추긴다”고 털어놓았다.

유명 작가와 시인 등의 성추문이 잇달아 불거진 가운데 출판계에 만연한 성폭력 실태를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출판노조)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출판계 종사자 257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한국경제신문이 9일 단독 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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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업무와 관련해 만난 사람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 사람이 응답자의 68.4%에 달했다. 응답자를 여성으로 한정하면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77.1%로 늘어났다. 자신은 그런 경험이 없지만 다른 사람의 피해 사례를 들어본 적 있다는 사람의 비율도 81%에 달했다.

경험한 성폭력의 유형(복수 응답)으로는 음담패설 등 언어 성폭력이 53.7%로 가장 많았고, 성추행 등 신체적 성폭력(32%), 신체 부위 노출 등 시각적 성폭력(10.2%)이 뒤를 이었다. 5건의 ‘기타’ 응답 중에는 ‘성관계 요구’도 있었다.

피해자들이 지목한 가해자(복수 응답)에는 직장 상사(56.6%)가 가장 많았다. 최근 성추문 사태를 입증하듯 저자·역자 비율(44.6%)도 낮지 않았다. 성폭력이 발생한 장소로는 ‘업무와 관련된 미팅 장소’(76.2%)를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 중에서도 회식 등 술자리 비중이 클 것이란 추정이다.

성폭력 피해를 본 뒤 가해자에 대한 신고 등 사후 처리도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을 당한 뒤 회사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21.5%에 불과했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 중에서 회사의 사후 조치에 만족했다는 응답은 ‘0%’였다. 응답자의 61.1%는 사후 조치가 없었다고 답했고 38.9%는 사후 조치가 있었으나 불만족스러웠다고 응답했다. 불만족스러운 이유(복수 응답)로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직장 내 인식과 대응 매뉴얼 부재(71%), 가해자 처벌 부족(58.1%), 피해자의 입장만 곤란해짐(35.5%) 등이었다.

왜 이렇게 출판계에 성폭력이 만연할까. 복수 응답으로 그 원인을 물어보니 ‘저자, 거래처, 상사 등 가해자와의 불평등한 관계 때문’이라는 응답이 88.4%에 달했다. ‘문단 및 출판계 인적 네트워크의 폐쇄성’(61.2%)을 꼽은 사람도 많았다.

문단 내 성폭력 방지 운동을 하고 있는 출판노조 조합원 탁수정 씨는 “유명 저자는 출판사의 수입원이기 때문에 사장이나 상사가 식사 자리에서 예쁜 여직원을 그 옆에 앉히고 부적절한 행동을 해도 제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일수록 부적절한 행위가 더 심하게 방조 또는 조장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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