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표현 대신 '위기' 등장…어두워진 기재부 경기 판단
정부의 경기 판단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회복세’와 같은 표현은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에 ‘경제 위기에 준하는 엄중한 상황’ ‘내수와 생산의 부진’ 등 비관적인 문구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 최순실 사태 등 안팎의 불안 요인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는 8일 발표한 ‘11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의 ‘종합 평가’를 통해 “국내 경제는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등으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조정을 받고 있고 생산도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전반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 이후 그린북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했던 ‘경기 회복세’란 단어는 이번에 빠졌다.

지난달 경제지표를 보면 수출 감소세가 축소되고 광공업 생산이 0.3%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를 지탱했던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2.1%, 4.7% 감소했다. ‘위기론’이 대두한 원인이다.

미국 대선 결과와 12월 미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현재 상황을 경제 위기에 준하는 엄중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 대선과 관련한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비상계획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연말까지 추가경정예산 미집행분 17조원과 지난 10월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재정 10조원 등 총 27조원을 집행해 경제 살리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주 과장은 “경제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경기에 주는 영향에 대해선 “민간소비 전반에 영향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