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반쪽짜리’로 출범할 위기에 처했다. 최순실 사태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산업자본의 은행 경영을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이 언제 국회에서 처리될지 기약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주도하는 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해선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지분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다.
은행법 개정안 표류…인터넷은행 '반쪽 출범' 위기
KT가 주도하는 K뱅크는 지난 9월30일 금융위원회에 인터넷은행 본인가를 신청하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가 이끄는 카카오뱅크는 연내 본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터넷은행 본인가 및 출범이 계획대로 이뤄질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업 감독규정은 본인가 신청서를 받으면 금융위는 1개월 안에 인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K뱅크는 신청한 지 한 달이 지나 금융위가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숙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강석진·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6월과 7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4%(의결권 기준)에서 50%로 늘리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혼란한 정국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4일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발의했지만 마찬가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이 최순실 사태로 시급한 경제법안 논의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은행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계획대로 연내 인가를 결정하고, K뱅크가 영업을 시작하더라도 반쪽짜리 인터넷은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의결권 지분율이 4%에 불과한 KT가 K뱅크를 주도적으로 경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K뱅크는 1년 안에 사실상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 K뱅크는 자본금이 2500억원에 불과한 데다 출범을 준비하면서 절반가량을 소진해 1250억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자본금만 까먹고 있는 셈이다.

1250억원의 자본금으로는 1조5000억원 안팎까지만 대출(100% 위험자산으로 가정)할 수 있다.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위험자산에 대한 자본 비중)을 8% 이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K뱅크의 나머지 20개 주주 가운데 상당수가 중소기업이어서 추가 증자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형성되지 않으면 기존 주주 이탈도 발생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도 자본금이 3000억원에 불과해 마찬가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서비스 혁신과 은행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회가 정치 문제와 별개로 은행법 개정안 처리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규/은정진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