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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금 필요한 것은 법치와 헌정질서 준수다

입력 2016-11-08 17:19:54 | 수정 2016-11-08 23:38:27 | 지면정보 2016-11-09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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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회에서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주면 총리로 임명해 내각을 통할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다. 현행 헌법에서 보자면 대통령이 선택하거나 양보할 수 있는 최대치다. 문제는 대통령의 제안은 정치적 타협으로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우리 헌법은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는 등의 절차조차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야권에서 요구하는 대통령 권한 이양이나 하야 주장도 문제 여지가 많다. 대통령 권한은 그것의 이양을 선언한다고 해서 이양되는 것이 아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서만 행사된다. 국민의 대리자인 국회가 대통령의 권력을 부인하려면 대통령이 내란이나 외환 죄를 범했을 경우에 한정된다. 더구나 국회는 탄핵을 통해서만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를 더는 수행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중대한 사유로 이미 그 권위에 깊은 상처를 받은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이유로 헌정질서를 초월하는 초법적 정치상황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이 바로 법치의 기본질서요 헌정의 안정이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마치 헌법적 질서조차 갖지 못한 상태인 것처럼 원초적 권력 재편을 중구난방식으로 제안하고 있다. 일부 얼치기 지식인들도 민심을 거론하면서 이런 주장에 동참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혼란을 부채질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게 조각권과 국정 전반을 맡기고 대통령은 국정에서 2선으로 물러선다고 하는 것이 거국중립내각의 취지”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원탁회의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제안은 정치적 혼란을 부채질할 뿐 헌정이 요구하는 권력질서와는 거리가 멀다. 시민들이 정치적 열망을 폭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다. 그러나 이런 요구를 현실의 정치질서로 만드는 것은 법치에 기반하는 것이어야 마땅하다. 더구나 논란이 되는 대통령의 탈법적 행위들은 아직 본격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치 지도자들은 혼란을 부추겨 무엇을 얻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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