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한국 법률시장 더 개방하면 국제업무 경쟁력 높아질 것"
“한국 변호사시장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완전한 법률시장 개방이 필수다.”

호주변호사협회의 한국지부 설립을 축하하기 위해 내한한 아르주나 나다리자 호주변협 국제법무과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 변호사의 해외 진출과 세계화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호주변협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호주 변호사가 늘어남에 따라 지난달 17일 한국지부 설립을 선포하는 행사를 열었다. 호주변협의 해외 지부 설립은 홍콩, 런던, 뉴욕, 워싱턴DC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로펌이나 사내 법무팀 등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호주 변호사 수는 100여명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마이클 장 변호사를 지부장으로 임명한 호주변협 한국지부는 호주와 한국 내 변호사들의 우호 증진과 업무 제휴를 위한 본격적인 첫걸음을 떼게 됐다. 앞으로 민간분야 교류 확대뿐 아니라 법무부 등과도 다양한 업무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다리자 변호사는 “한국은 호주 법조계에서 전망성이 좋은 법률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며 “서비스와 투자 분야의 양국 간 교역 강화는 한국과 호주 정부의 주요 관심사”라고 밝혔다. 한국은 호주에 네 번째로 큰 교역 대상국이다. 그는 앞으로 양국 간 교역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한국 법률시장의 개방 정도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한정돼 있다”며 “FTA 체결 시기가 2014년으로 상대적으로 늦은 호주는 2019년이나 돼야 합작법인 설립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규제에 발이 묶여 한국에 진출하고 싶어도 본격적인 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순수 호주 로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나다리자 변호사는 현 상황이 ‘외국 변호사와 한국 변호사의 업무가 겹쳐 같은 밥그릇을 놓고 서로 싸우는 형국’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호주는 이미 30년 전 외국 변호사에 대한 규제를 전부 없앴다”며 “문을 활짝 열어 외국 로펌과 외국 변호사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호주 변호사들도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시장 개방이 절대 한국 법조시장을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률시장 개방을 막는 건 오히려 소수 로펌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법률시장 전체를 희생시키는 것”이라며 “개방하면 다수의 한국 변호사가 국제 업무를 경험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텐데 이대로면 기회를 잃는다”고 말했다.

호주계 로펌은 미국·영국·중국계와 함께 세계 법률시장에서 강자로 통한다. 그는 “호주 로펌은 시장 개방으로 외국계와 협업을 많이 하다 보니 국제 업무에 익숙해졌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오랫동안 이런 선순환 구조가 지속되다 보니 자연스레 해외 지부를 설립할 정도로 호주 변호사 수가 증가하고 그 역량과 영향력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법률시장은 1964년 미국계 로펌 베이커앤드맥킨지가 처음 들어오면서 외국에 본격 개방됐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