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평범한 직장인이 된 검사들
‘내가 이러려고 검사를 했나.’ 요즘 검사들의 심정이 꼭 이와 같지 않을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임계점을 넘어가는 모양새다. 여론은 폭발 직전이다. 검찰은 불신의 상징을 넘어 희화화 대상이 되고 있다. 팔짱 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배꼽에 손을 모은 평검사의 모습이 가장 최근 공격 대상이다. 네티즌들은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정보 분석기법)’한 결과라며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그려 넣은 사진을 퍼 나르며 조롱하고 있다.

네티즌은 ‘엉덩이가 무거운’ 검사들 대신 최씨에 대한 각종 의혹을 캐는 등 직접 수사에도 나섰다. 그 결과물인 ‘최순실 대역설’ ‘곰탕 암호설’ 등은 사실인 양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지문 대조를 통해 (최씨) 본인이 맞다고 확인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입맛이 씁쓸하다고 했다. 그는 “예전 같았으면 검찰 사내 게시판인 ‘이프로스’에서 평검사들이 들고일어났을 텐데 지금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박진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가 국정개입 파문을 개탄하는 글을 올렸지만, 부부장검사는 이미 관리자급이란 설명이다. 야성(野性)이 넘치는 검사들은 다 어디 간 걸까.

부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가 이에 대한 답을 줬다. “대통령이 당장 내년 2월 검사장 인사권을 쥐고 있는데 일선 검사들이 소신 있게 수사할 수 있겠습니까. 현직 검사장들이야 책임지고 수사하다 옷 벗고 나가면 그만이지만 일선 검사들은 청와대가 자기 목줄을 잡고 있는데 무슨 힘이 있나요.”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최근 한 시사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검찰이 왜 이렇게 권력이 시키는 대로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말 잘 들으면 승진시키고, 말 안 들으면 물 먹이고, 뭐 그러면서 바짝 엎드리게 되고, 또 검사들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돌아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평범한 직장인이 된 검사들에게 우리가 기대할 게 뭐가 있을까.

김인선 법조팀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