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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FRS 모범국 되려고 보험사에 '부채폭탄' 안겼나

입력 2016-11-07 17:30:20 | 수정 2016-11-08 03:57:00 | 지면정보 2016-11-08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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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첫 적용 이래 말도 많고 탈도 많던 IFRS(국제회계기준)가 기어이 보험회사의 ‘부채폭탄’이 됐다. 보험 회계기준인 IFRS4 2단계 도입시기가 2021년으로 확정됐다. ‘재무적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한국 회계업계와 보험업계가 시행을 2~3년 늦춰줄 것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공동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한국만 예외를 줄 수 없다’는 IASB의 태도는 걱정했던대로 요지부동이었다.

‘IFRS17’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IFRS4 2단계는 한국이 적용을 약속한 41개 기준서 중 하나다. 보험사 부채(가입자에 지급하는 보험금) 평가를 계약시점의 원가 대신 시가(공정가치)로 전환하는 게 IFRS17의 핵심이다. 저금리 탓에 미래에 가입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이 앞으로는 막대한 부채로 잡히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가용자본금이 40조~50조원 급감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급여력비율(RBC 비율)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기준인 100% 아래로 떨어질 보험사도 9곳이나 될 전망이다.

IFRS17 초안이 공개된 2013년부터 제기돼 온 부채폭탄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의 RBC비율은 평균 311%에서 83%로 추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채급증에 따른 자본잠식의 모면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회사당 많게는 수십조원에서, 적게는 수천억원의 자본확충이 시급해졌다. 많은 돈을 급하게 조달하는 것도 힘들겠지만, 장기저금리로 수익성마저 압박받는 게 현실이라 투자금의 효율성 제고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땡처리’ 보험사 매물이 지금도 잇따르는 상황에서 IFRS17의 공습이 산업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위협으로 급부상했다.

IFRS는 회계투명성과 대내외 신인도를 제고하겠다며 노무현 정부 초기에 도입이 결정됐다. 여러 해가 지났지만 한국의 회계신뢰도는 오히려 세계 꼴찌권으로 추락했다. IFRS의 통화 선택제가 ‘합법적 분식’을 조장한 결과가 나락으로 떨어진 해운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회계주권을 넘기면서까지 미국 일본에 앞서 도입한 이유가 무엇이냐던 의구심은 더 커지고 말았다. ‘IFRS 모범국’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의 대가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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