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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IFRS17' 시행 확정] 시가평가땐 보험사 부채 40조 이상 증가…"대형사도 자본잠식 우려"

입력 2016-11-07 18:41:22 | 수정 2016-11-08 00:47:08 | 지면정보 2016-11-08 A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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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부채 평가기준 통일
확정금리로 판 저축성 보험, 금리 하락부분 부채로 계산
국내 1위 삼성생명도 회계상 부채 20조 늘어

업계 "문 닫으란 얘기"…"중소형주 버티기 힘들어"
일반·감독회계기준 분리…자본 인정요건 완화를
“보험업계에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왔다.”

새로운 국제 보험회계기준(IFRS17)의 2021년 도입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국내 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말했다. IFRS17이 국내 보험업계에 미칠 파장이 1997년 말 불어닥친 외환위기에 버금갈 것이란 우려에서다. 외환위기 당시 33개 국내 보험사 중 10여개사가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퇴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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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패닉’

당장 IFRS17을 올해 보험사들의 재무제표에 대입해보면 국내 생명보험사 25개 중 9개가 퇴출 위기에 놓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들 업체가 2021년까지 자본을 충분히 확충하지 않을 경우 외환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 생명보험사 3개 중 1개꼴로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내 1위 생보사인 삼성생명도 회계상 부채 규모가 무려 20조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소형 보험사는 물론 한화생명과 농협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FRS17 시행은 말 그대로 패닉”이라며 “업계 현실을 감안할 때 자본잠식을 피할 수 있는 보험사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보험사들의 회계상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유는 IFRS17에서 규정한 ‘부채 시가 평가’ 때문이다. 현행 IFRS4에서는 보험부채를 원가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국내 생보사들이 10~20년 전 고금리로 판매한 상품에 대해 당시 취득했던 원가대로 부채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IFRS17이 발효되면 현재 시점에서 평가한 가격으로 부채 규모를 책정해야 한다. 각국의 보험회계 관행을 인정해준 현행 기준(IFRS4)과 달리 IFRS17은 세계 모든 보험사에 계약 시점이 아니라 현재 시점의 할인율·사고율·사업비율 등을 적용해 보험 부채를 평가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야 현 시점에서 보험사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의 판단이다.

과거 연 10%대 확정금리로 판 저축성 보험상품은 지금까지는 금리가 떨어져도 부채로 인식하지 않았지만, IFRS17이 적용되면 금리 차이만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생보사들의 확정금리형 상품 비중은 2015년 6월 말 기준으로 43%에 달한다.

◆금융당국, 보완대책 내놓을까

금융당국은 일단 다른 나라와 똑같이 2021년부터 IFRS17을 원안대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IFRS17이 전 세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준인 만큼 한국만 빠질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이 올 들어 국내 보험사들에 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40조~50조원에 달하는 자본을 확충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저금리로 보험사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증시 침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유상증자도 만만치 않다.

보험사들은 IFRS17이 요구하는 대로 재무제표는 작성하되 금융당국이 정하는 ‘퇴출 기준’만 낮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IFRS17에 따라 부채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과 별개로, 감독회계기준(SAP)을 별도로 마련해 자본인정 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IFRS17을 원안대로 따르되 현재 일원화돼 있는 일반회계기준(GAAP)과 감독회계기준을 분리한 뒤 감독회계기준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래에 발생할 이익을 뜻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의 경우 일반회계기준은 IFRS17에 따라 부채로 평가하되, 감독회계기준에서는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빨리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비상시국이라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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