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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의 교육라운지] "잔디 깔고? 옛말…이젠 말 타고 대학 간다네"

입력 2016-11-07 14:33:27 | 수정 2016-11-07 15: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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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특혜입학 의혹 철저히 밝혀야
입시공정성 '마지노선'이자 '리트머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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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마따나 ‘파국의 시작’은 정유라였다. 이화여대는 학생들 점거농성으로 여름부터 시끄러웠다. 정씨 얘기가 처음 흘러나왔을 때만 해도 이런 전개는 예상하지 못했다. 학내 갈등을 빚는 와중에 온갖 불만이 새어나온 정도로만 봤다. 하지만 그 뒤의 상황은, 모두가 아는 바대로다.

최순실의 딸 사랑은 특혜 의혹으로 점철됐다. 심증이 컸던 의혹은 물증이 나오면서 구체화됐다. 2015학년도 이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전형에서 서류평가 합격권 밖이었던 정씨가 2차 면접에서 최고점을 받아 6명을 뽑은 해당 전형에 6등으로 턱걸이 합격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퍼즐 조각은 맞춰졌다. 왜 서류제출 마감이 끝난 뒤 따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면접을 봤는지, 왜 학교는 면접에서의 ‘종합적 평가’를 강조했는지,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다른 지원자들과의 차이를 벌리면서 합격했다”는 말은 무슨 뜻이었는지.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 복선은 모두 현실이 되었다.

수험생들 사이에선 정씨에 빗대어 ‘말 타고 대학 가자’는 우스갯소리가 퍼질 정도다. 기자의 대학시절에도 ‘잔디 깔아주고 대학 왔느냐’ 따위의 비슷한 우스갯소리는 있었다. 그러나 정씨 사태를 계기로 농담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되었다.

사람들은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정씨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다. 그네들은 금수저고 우리네는 흙수저여서 화가 난 것도 아니다. 공정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음에 사람은 진정 분노한다. 논어의 한 구절처럼 ‘모자라서가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게 문제’인 것이다.

비율로 따지면 정씨 같은 사례는 극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은 발생 확률로만 계산할 수 없다. 실제로 발생했을 때의 영향력이 곱해져야 한다. ‘발생 확률×영향력’으로 도식화할 때, 발생 확률이 극히 낮더라도 그 파장이 무한대(∞)라면 문제의 심각성 또한 무한대가 된다.

지난달 19일 학내 집회에 참석한 이화여대 학생들. 이날 최경희 전 총장이 사임했다. / 한경 DB기사 이미지 보기

지난달 19일 학내 집회에 참석한 이화여대 학생들. 이날 최경희 전 총장이 사임했다. / 한경 DB


그러므로 학교들과 교육 당국은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결코 개인적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되는 문제다. 대학입시 방식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져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대입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그러지 않아도 최근 대입은 수시 비중이 늘면서 수험생의 점수가 아닌 잠재력이나 발전가능성을 평가하는 전형이 늘어났다. 뒷말이 많다. 점수로 평가하지 않을 경우 바로 정씨처럼 공정하지 않게 선발될 수 있다는 우려와 의구심 때문이다.

우선 체육특기자 입시부터 면밀히 점검해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 체육특기자 입시가 허술하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육부는 일반 전형과 달리 체육특기자전형은 대학에 전권을 맡겼다. 개별 대학 차원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입학 부서가 관리하는 다른 전형과 달리 해당 학과에 전형 절차를 사실상 위임하는 곳이 상당수다.

“이대가 학교 차원에서 정씨에게 특혜를 줬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체육특기자 입시 관리가 전반적으로 느슨한 건 맞다. 교육부가 문제 삼지 않는데 굳이 대학들이 건드릴 이유가 있나. 체육특기자 입시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도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있느냐’는 분위기다.”

한 서울 소재 대학 입학관계자의 말이다. 요약하면 구멍이 숭숭 뚫린 체육특기자 입시 환경이 특정인에 특혜를 줄 여지를 남겼고, 정씨가 이런 점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른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정입학’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교육부는 이대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 결과 발표는 당초 11일에서 15일 이후로 늦춰졌다. 지난달의 이대 측 해명처럼 두루뭉술해선 안 된다. 정씨의 입학 특혜 의혹을 소상하고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만이 공적 관리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길이며, 입시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마지노선이 될 것이다.

열흘 뒤 올해 수능이 치러진다. ‘실력대로 평가 받는다’는 믿음을 갖고 수험생들이 응시케 하는 것은 교육 당국의 최소한의 의무다. 정유라는 그 리트머스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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