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축하해요!” > ‘엄마골퍼’ 홍진주가 6일 경기 용인시 88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팬텀클래식YTN 대회에서 우승한 뒤 아들 은재군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KLPGA 제공
< “엄마 축하해요!” > ‘엄마골퍼’ 홍진주가 6일 경기 용인시 88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팬텀클래식YTN 대회에서 우승한 뒤 아들 은재군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팬텀클래식YTN 대회 최종 3라운드가 열린 6일 경기 용인시 88CC(파72·6598야드). 오후 5시가 넘어 해가 저물어가자 18번홀(파4)에 라이트가 켜졌다. ‘새색시’ 허윤경(26·SBI저축은행)과 ‘엄마골퍼’ 홍진주(33·대방건설), 올 시즌 2승을 올린 ‘멀티챔프’ 장수연(22·롯데)이 연장 1차전에서 모두 파를 기록한 뒤였다. 이들은 연장 2차전에서도 모두 파를 기록했다. 연장 3차전이 시작되자 해가 완전히 저물었다. 긴장감과 추위에 시달린 갤러리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우승자는 3차전에서 가려졌다. 장수연이 보기를 기록한 가운데 허윤경이 2m짜리 파 퍼팅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파를 기록한 홍진주의 승리였다. 2006년 이후 10년 만의 우승, KLPGA 통산 2승이었다.

◆16번홀에서 엇갈린 운명

변화가 많은 16번홀(파4)이었다. 6언더파 공동선두를 달리던 장수연(22·롯데)이 16번홀에서 2m가 채 안 되는 버디 퍼팅을 시도했다. 공은 컵으로 절반쯤 들어가더니 뒷벽을 맞고 돌아 나왔다. 들어갔다면 단독선두로 치고 나가 그대로 시즌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버디를 놓친 장수연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동선두였던 허윤경은 16번홀에서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진 것. 신중하게 그린을 살핀 허윤경은 벙커샷을 했고 공은 컵 50㎝ 옆에 붙었다. 보기 위기를 넘긴 허윤경은 공동선두를 간신히 지켰다. 이날 버디 없이 보기 2개로 허덕이던 홍진주는 16번홀부터 분위기를 바꿨다. 7m짜리 장거리 퍼팅을 성공시키며 5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홍진주는 다음 17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성공시켜 공동선두에 합류했다.

◆피말린 세 차례 연장전

위기와 기회를 맞은 이들의 우승 경쟁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장수연은 18번홀(파5)에서도 버디 기회를 잡지 못하고 최종합계 6언더파 210타를 적어내고 세 명 중 가장 먼저 경기를 마쳤다. 이어 18번홀에 들어선 허윤경과 홍진주도 같은 스코어카드를 적어냈고, 세 선수는 18번홀에서 연장전을 시작했다.

모두에게 절실한 우승이었다. 허윤경은 2014년 2승으로 상금 2위에 오른 뒤 2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까지 다녀온 ‘맏언니’ 홍진주는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우승을 눈앞에 뒀다. 장수연도 몇 차례 올 시즌 3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승부는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연장 1차전, 2차전 모두 파로 끝났다. 컵의 위치를 바꾸고, 연장 3차전까지 가서야 우승자가 가려졌다. 주인공은 홍진주. 장수연과 허윤경이 차례로 보기를 범한 가운데 홍진주만 파로 막았다. 10년 만에 거둔 투어 통산 2승. 우승 직후 홍진주는 눈물을 쏟으며 “추운 날씨 속에서 늦은 시간까지 함께 경기한 동료 선수들과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상금왕(13억2622만원), 다승왕(7승), 최저타수상(69.55타)에 이어 대상포인트(올해의 선수상 격)까지 올 시즌 4관왕을 노리는 박성현(23·넵스)은 이날 2오버파 74타로 부진했다. 최종합계 2언더파 214타로 공동 12위에 그쳤고, 대상포인트를 챙기지 못해 1위 탈환에 실패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