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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포럼 2016] "집값 상승=경제성장은 착각…가계부채, 최악 시나리오 대비해야"

입력 2016-11-06 18:47:45 | 수정 2016-11-07 02:45:58 | 지면정보 2016-11-07 A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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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카우언 전 아일랜드 총리-유병규 산업연구원장

아일랜드, 주택대출로 몸집 불리던 은행들 방관
2009년 부동산 폭락으로 '마이너스 성장'

1987년부터 노사정+NGO 4자 파트너십 구축
위기 때 고통 분담…사회적 협력 이끌어내

4차 산업혁명 시대…'엉뚱한 생각' 가진 인재 필요
한국-아일랜드 경제구조 비슷…서비스업 더 키워야
브라이언 카우언 전 아일랜드 총리(왼쪽)가 유병규 산업연구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글로벌 인재포럼 2016’의 부대행사로 지난 2일 열린 대담에서 카우언 전 총리는 리더의 신속한 결단이 위기를 극복할 해법이라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브라이언 카우언 전 아일랜드 총리(왼쪽)가 유병규 산업연구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글로벌 인재포럼 2016’의 부대행사로 지난 2일 열린 대담에서 카우언 전 총리는 리더의 신속한 결단이 위기를 극복할 해법이라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약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힌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위기의 진앙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아일랜드는 초(超)저금리 시절 은행 대출 증가와 이로 인한 부동산시장 폭락을 앞서 경험한 나라다. 2009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브라이언 카우언 전 아일랜드 총리는 유병규 산업연구원장과의 대담에서 “가계부채 문제는 신속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아일랜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비책을 짜지 못해 위기를 키웠다”고 말했다. 아일랜드를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고언이다. 대담은 지난 2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6’ 행사장인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이뤄졌다. 유 원장이 질문하고 카우언 전 총리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했다고 들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도 가계부채를 그다지 신경 쓰지 못했어요. 공공부채를 줄이는 데만 주력했죠. 더 큰 문제는 집값이 오르는 것을 경제 성장의 증거로 착각했다는 겁니다. 1999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들어간 뒤 경제 상황이 좋아졌고, 각종 지표도 개선됐거든요.”

▷정부가 실책을 범한 것입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시나리오를 짜 대비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은행들이 경쟁에서 이기려고 무리하게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걸 보고도 못 본 척했죠.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면서 은행들이 덩치를 키우는 상황을 방관했던 겁니다. 그나마 미국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는 없었다는 게 다행이긴 했죠.”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신속하고 빠른 결정이 중요했습니다. 은행 시스템을 확 뜯어고쳤어요. 덩치를 줄이고, 대출 기준을 강화해서 부실 은행은 과감히 정리했죠. 이때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국가자산관리공사(NAMA)를 설립했는데 채권 규모가 740억유로에 달했습니다.”

▷힘든 결정을 많이 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어려운 과정이었어요. 부가가치세 등 일반 시민의 지갑에 영향을 줄 세금을 올리고, 공공 부문 근로자를 대거 감원해야 했거든요. 이를 견딜 수 있었던 건 1987년 이래 정립된 사회적 파트너십 덕분입니다. 정부, 노조, 기업, 시민단체 등 4자가 모여 위기 타개책을 모색했습니다. 아일랜드에서도 실업으로 고통을 겪게 된 노동계가 이틀 정도 파업했지만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에서 벌어진 시위와는 성격 자체가 달랐죠.”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아일랜드에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만드는 방식을 지양합니다. 기업, 노조, 시민단체 등 각 주체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향후 3년간의 국정과제를 논의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어요. 금융위기 때도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했죠. 몇 년만 참고 긴축정책을 펴면 아일랜드의 경쟁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고, 유럽연합(EU)에 뺏긴 재정주도권도 되찾아올 수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글로벌 혁신기업들이 아일랜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일랜드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의 절반은 연구개발(R&D) 및 혁신과 관련한 일을 합니다. 이들은 법인세 등 세제나 정부 정책도 중요시하지만 어떤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일랜드 사람은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에요. 이런 인적 자본의 우수성을 외국 투자 기업들이 높게 평가한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이 더블린(아일랜드 수도)에 몰려 있습니다.”

▷유럽 최저 수준인 법인세도 중요한 요소일 텐데요.

“맞습니다. 긴축정책을 펼 때도 법인세는 건드리지 않았어요. 위기가 지나면 반드시 기회가 옵니다. 경기 사이클이 바뀌었을 때 성장 요소가 없다면 기회를 잡지 못하게 되겠죠. 아일랜드도 1990년대 후반 법인세율이 30%였어요. 그걸 2000년대 초까지 단계적으로 12.5%까지 끌어내렸습니다. 대신 기업에 대한 보이지 않는 특혜는 없앴습니다. 이렇게 했더니 법인세수가 네 배로 늘었어요.”

▷홍보의 역할도 큰 몫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49년 설립된 산업개발청(IDA)의 역할이 컸습니다. 다국적 기업들의 경영 트렌드를 재빠르게 파악해 아일랜드의 장점을 설파했어요. 이 덕분에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제약, 바이오엔지니어링 등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의 정보를 정부 정책에 곧바로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30% 감소했지만 아일랜드는 4% 줄어드는 데 그친 것만 봐도 선제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죠.”

▷법인세와 관련해 애플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애플에 공식 세율인 12.5%가 아니라 1~2%를 적용했다는 의혹 말이죠? 이 문제로 EU 집행위원회가 우리를 크게 비난했는데 오해가 많은 부분입니다. 애플이 당시 아일랜드 법 체계의 맹점을 이용한 것일 뿐 아일랜드 정부가 특혜를 준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애플은 ‘더블 아이리시’(아일랜드 내에 두 개의 법인을 세워 수익원을 분산하는 조세회피 방법)를 활용했는데 4년 전에 이 같은 맹점을 없애기 위해 법을 개정했어요. EU 집행위가 지적한 건 세법 개정 전의 문제에 관한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요.

“너무 실용적인 것만 가르치는 것보다 인문학 사회학 문학 같은 교양도 많이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야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죠. 아일랜드는 6~17세는 무상으로 중등교육을 하고, 대학 등 고등교육은 학문 중심과 기술 중심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순수하게 기술만 전공한 사람은 문제를 단순하게 접근하지만, 기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의외의 접근을 해서 문제를 풀어낼 때가 종종 있어요. 경제 생산성을 높이는 차원에서만 교육을 보지 말고 미래 세대의 부모이자 시민사회 구성원을 길러낸다는 차원에서 교육정책을 짜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화두입니다.

“아일랜드에서도 불평등 이슈는 큰 골칫거리입니다.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고, 위험을 감수한 기업인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것도 좋지만 소외된 사람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성장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면서 동시에 재분배를 최적화하는 정책 조합이 중요합니다.”

▷정책조합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일랜드에서는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많이 변했습니다. 다 같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죠. 예를 들어 최저 시급 대상자는 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하되 최소 5% 정도의 보편사회세(USC)를 부과하도록 했습니다. 무조건 세금을 깎아줘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리더가 꼭 명심해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선심성 정책은 반드시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는 겁니다. 사정이 좋아졌을 때 오히려 세원을 확보해야 위기 때 조세저항에 직면하지 않습니다.”

▷정치에서는 타협이 중요합니다.

“그렇습니다. 타협하지 않으면 갈등이 조장돼 정국이 마비됩니다. 총리 재직 시절 다음 선거만 생각하고 타협하지 않았다면 많은 국민의 일자리가 위협받았을 겁니다. 사실 저도 선거에서 이기고 싶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많은 이가 당시 결정을 이해해줬습니다. 그것이 정치예요. 뭔가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을 때가 허다합니다. 시간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합니다.”

▷후회하는 것도 있는지요.

“왜 없겠어요. 위기가 닥치기 전에 (위기 징조에 대해) 각 주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게 후회됩니다. 정치구도도 너무 대립적이었어요. 그래도 총리로서 해야 하는 것을 했고, 이에 만족합니다.”

▷한국에 대해 조언할 게 있습니까.

“한국과 아일랜드는 경제 구조가 비슷합니다. 제조업은 한국이 크지만 서비스업에선 규모가 비슷하죠. 한국이 성장하려면 국제 교역, 서비스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일랜드도 그런 정책에 집중한 덕분에 더블린에 세계적인 지식기반산업 기업의 본부를 유치했죠. 한국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교육의 강점, 개방성, 수출 주도 방식은 지금까지 유효하게 작동했어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일수록 정부가 안정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가지고 사회적인 단합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브라이언 카우언 前총리

△1960년 아일랜드 클라라 출생 △더블린대 법학과 졸업 △2004년 부총리 겸 재무장관 △2008년 5월 피어너팔(아일랜드 공화당) 대표 및 총리로 선출 △2011년 3월 사임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1960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 경제연구본부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지속발전분과장

정리=이상은/이상엽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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