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미 우주협정 발효, 달탐사 속도낸다
한·미 우주협력협정이 지난 3일 발효됐다. 한·미 양국은 우주협력의 토대를 마련하고 다양한 우주협력을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발효된 한·미 우주협력협정은 우주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우주과학, 지구관측, 우주탐사 등 양국 간 민간 우주협력 전반에 걸쳐 법적, 제도적 토대를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우주선진국이지만 그간 양국 간 우주협력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과거 미국은 국내 첫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의 개발과 발사를 지원했다. 하지만 양국 간 우주협력 비중은 러시아, 유럽 등과 비교해 적었다. 협력 범위도 국가 간 협력이라기보다는 관련 기관 간 약정을 통해 산발적으로 추진되거나 우주부품 등 산업적 협력 측면이 강했다. 이번 정부 간 협정체결과 발효를 통해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양국 간 우호적인 협력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달 탐사 분야의 협력이다. 한국은 지금 달 탐사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달 탐사선이 지구를 떠나 달로 향할 때 미국은 우리의 달 탐사선을 위한 지구와 달 간의 우주통신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달 탐사 협력을 시작으로 우주과학, 지구관측은 물론 화성, 소행성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국 간 우주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협정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미래 동반자적인 우주개발 협력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한국이 미국과 새로운 관계에서 우주협력협정을 체결·발효한 것은 짧은 역사에도 압축성장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우주개발국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우주기술은 비확산체제의 엄격한 규율을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엄중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한 국가 간 협력을 체결하는 게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번 한·미 우주협력협정은 우주분야의 상호 신뢰를 토대로 마련됐고, 미국은 사이버 보건 환경 등과 함께 우주 분야를 새로운 동반자 관계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우주개발에서의 국제협력이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주탐사 분야에서는 경제적인 측면이 크게 고려되고 있다. 우주탐사에는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이유로 국제협력을 고려한다. 인류 영역의 확장과 자원탐사, 미래기술발전이라는 의미에서 선진국들은 우주탐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국제협력을 통한 비용분담을 꾀한다. 더욱이 최근 미국에서 불고 있는 성공한 기업가들의 우주분야 진출 러시와 우주 벤처의 도전적 우주개발 등 우주산업화 트렌드가 우주 협력을 필수불가결하게 하고 있다. 이제 우주개발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간 우주협력은 물론 민간 차원의 국제협력이 진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협력의 근원은 기술력이다. 우리가 가진 기술력이 서로 도움이 될 때 국제협력이 가능해진다. 기술력이 없다면 그 어떤 협력도 성사될 수 없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미국과의 달 탐사 협력도 양국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기에 가능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미국이 우리에게 공짜로 기술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서로 필요한 분야에 대한 기술적 협력이지 기술이전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제 우주협력이라는 새로운 뜀틀을 통해 한국은 우주기술력을 빠르게 도약시키고 우주선진국으로 올라서야 한다. 동시에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국가경제의 희망으로 성장하도록 우주개발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조광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