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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만 찾는 '비즈니스 싱킹'…혁신하려면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라'

입력 2016-11-04 17:42:28 | 수정 2016-11-05 06:28:19 | 지면정보 2016-11-05 A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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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경영학 <30>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분석 통해 계획 세우고 실행하는 기존의 단선적·논리적 사고방식은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 못 쫓아가

문화인류학자가 원주민 살펴보듯 편견·선입관 벗어난 열린 마음으로
소비자의 행태 세밀히 관찰…고객 중심의 제품·서비스 내놓아야

김동재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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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이 저물어 가고 또 다른 한 해가 오고 있는 이즈음, 기업들은 내년도 전략계획을 수립하느라 부산하다. 필자가 본 시리즈에서 일관되게 설명하는 바와 같이, 이제는 전략을 어느 특정 시점에 일시적 노력을 통해 잘 정리한 계획으로 받아들이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전략은 상시적으로 수정, 보완되면서 진화해 나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을 주목해 볼 만하다. 변화무쌍한 사업 환경을 헤쳐 나가면서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기 위해 경영자들이 가져야 하는 일련의 사고방식을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디자인 싱킹은 한마디로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라”는 것이다. 디자인 싱킹은 세계적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IDEO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팀 브라운 등이 주창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현업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하면 고객의 가치를 높여줄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 브라운은 디자인을 제품 위주의 전문분야 활동으로 국한하지 말고 고객, 나아가 사회에 가치를 더하는 창의적인 사고방식으로 확장해서 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디자인 싱킹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철저히 고객 중심, 나아가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디자인은 고객 혹은 사용자가 있기 마련이다. 겉으로 아무리 멋있게 디자인됐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용하는 사람이 불편을 느낀다면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성공적인 디자인의 공통점은 출발부터 끝까지 사용자가 중심이 되고 작은 부분까지도 고객 입장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기능적으로는 훌륭하지만 무려 30여가지의 버튼으로 이뤄져서 사용자가 혼란스러워하는 리모컨의 사례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고객이 아니라 제품 위주의 사고방식이다. 디자인 싱킹은 도대체 왜 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자각에 입각한 사고방식이다.

둘째, 디자인 싱킹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유연한 계획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이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처음부터 오차 없는 계획을 수립하고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향해야 하는 큰 방향을 설정하고 계획이 있긴 하지만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한다는 유연성이 핵심이다. 아무리 사전적으로 분석하고 고민하더라도 실제 사용자가 해당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사용할지 미리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성공적인 디자인 프로젝트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예외 없이 사용자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사용하고 느끼는가를 탐색해 가면서 여러 차례 디자인을 수정하고 보완해 나간다. 디자이너의 생각은 가설에 지나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답을 찾아가기 위해 언제든 처음으로 돌아가는 반복적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셋째, 디자인 싱킹은 혁신과 창의를 유발하는 사고방식이다. 많은 사람의 감탄을 자아내는 성공적인 디자인의 탄생 과정을 보면 기존의 편견과 선입관에서 벗어난 사고가 기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문적인 디자이너 훈련 과정에서는 세심한 관찰이 강조된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마치 문화인류학자가 전혀 새로운 마을에 들어가서 현지인들의 행태를 관찰하듯이 면밀하게 지켜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금기시되는 것이 편견과 선입관이다. 디자이너의 주관적 시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면 자칫 어긋날 위험이 있고, 철저히 실증적인 관찰과 사용자 경험에 의해 디자인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혁신과 창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 기존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디자인 싱킹은 겸허한 관찰을 강조함으로써 기존의 생각을 넘어서서 새로움에 접근하게끔 해준다.

넷째, 디자인 싱킹은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이다. 성공적인 디자인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외부와의 소통이다. 최근에 두드러지는 디자인 프로세스상의 변화는 사용자 역할에 관한 것이다. 오랫동안 사용자는 멋지게 만들어진 디자인을 사후적으로 이용하는 수동적인 역할을 한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다가 점차 사용자의 경험이 디자인 생성과정에 포함돼야 한다는 측면이 강조되면서 디자인 완성 이전에 사용자를 개입시키는 단계로 진입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많은 성공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는 잠재적 고객과의 협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디자인의 초기 단계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사용자의 생각이 적극적으로 개진되는 개방성이 핵심이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대표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참여, 공유, 개방은 생존에 필수적인 키워드다. 디자인 싱킹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방적인 사고를 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디자인 싱킹은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이다. 브라운은 성공적인 디자인 사고의 과정을 선택의 폭을 넓히는 확산단계와 좁혀서 선택을 하는 수렴단계의 반복으로 설명한다.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디자인 싱킹의 특성이 분석과 직관, 논리와 감성 등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고 양자를 양립적으로 생각하는 소위 ‘통합적 사고’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이라는 일견 상충되거나 모순적으로 보이는 대안들을 단선적으로 줄을 그어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단편적 생각으로는 훌륭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없다. 양자를 대립적인 시각에서 보지 말고 폭넓은 맥락에서 고객가치라는 본질적인 내용에 뿌리를 두고 양자의 적절한 균형점을 추구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단 하나의 길만이 존재한다는 아집으로는 날로 복잡해지는 세상사를 해결할 수 없다. 다양한 방법의 장단점을 균형감 있게 고려해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를 부각하는 것이 디자인 싱킹이다.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변의 시대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혁명적인 변화부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트럼프 현상 등 상상조차 못할 사회적 현상에 이르기까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사업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전략적 사고가 절실한 요즈음이다. 오랫동안 전문적인 분야로 발전해 온 디자인 분야에서 체계화된 일련의 사고방식의 외연을 넓혀서 제시된 디자인 싱킹은 극심한 불확실성하에 어떻게 전략을 세워 나갈 것인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고객가치의 기본을 확실히 하고 편견과 선입관에서 벗어난 열린 마음으로 혁신을 추구하면서, 복잡한 변수들로 얽혀 있는 사업 환경을 큰 맥락에서 균형감 있게 이해하는 사고방식이야말로 전략적 사고의 진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IBM·P&G '디자인 싱킹' 으로 조직혁신

1991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세 개의 디자인 회사가 합병해 설립된 IDEO는 산업디자인 영역을 뛰어넘어 ‘디자인 컨설팅’이란 분야를 개척한 회사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들이 ‘디자인 싱킹을 활용한 조직혁신’을 주창하면서 전통적인 경영컨설팅 방법론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점이다.

많은 기업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 싱킹을 활용하고 있다. IBM은 디자인 싱킹을 근간으로 하는 혁신적 사고방법론을 전사적으로 도입해 구성원의 혁신적 마인드를 제고하는 등 기업문화를 변화시킨 바 있다. 초기적인 성공을 거둔 뒤에는 이를 외부 고객과의 관계로 확장해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과의 협업을 통해 획기적으로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켰다. 또 P&G는 디자인 싱킹을 통해 외부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 혁신을 도모하는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도입했다. 이로써 혁신에 대한 조직의 전통적인 생각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디자인 싱킹은 조직의 오랜 관행적인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조직혁신의 효과적인 방법론이 될 수 있다.

김동재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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