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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두 번째 사과'] '5% 대통령'의 참회…2선 후퇴·책임총리는 언급 안해

입력 2016-11-04 18:31:21 | 수정 2016-11-05 02:32:11 | 지면정보 2016-11-05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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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분 대국민 담화…성난 민심 수습할까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 담화는 ‘최순실 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모든 게 제 잘못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당초 검찰 수사를 수용할 것이란 예상을 넘어 “특별검사 수사까지 수용하겠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국격에 먹칠을 한 ‘사교 의혹’에 대해서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9분에 걸친 ‘참회’가 비교적 진솔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사과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정국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최순실 의혹 사과 - 사이비 종교 빠졌거나 굿한 적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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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고 사과했다.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다”고도 했다. 청와대 요청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한 53개 기업 관계자들이 검찰에 줄소환될 처지에 놓인 데 대한 사과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란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최씨 등)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위법행위를 사전에 몰랐고, 전혀 개입하지도 않았다는 의미다. 야권은 “꼬리 자르기며,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청와대에 수시로 드나들고 국정까지 개입했다는 의혹도 시인했다. “청와대에 들어온 뒤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고 밝힌 박 대통령은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개인사를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 오랜 인연을 갖고 있던 최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게 사실이다. 제 개인적인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털어놨다.

박 대통령은 “무엇으로도 국민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울먹였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민께 용서를 구한다”며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다”고 했다. 또 “심지어 제가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 침통한 靑참모진 >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등 청와대 참모진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굳은 표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 침통한 靑참모진 >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등 청와대 참모진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굳은 표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검찰 수사에 협조 - 조사 받을 것…모든 책임 질 각오 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최순실 씨 사건에 대해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이 검찰의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압박하자 검찰 조사에 응하는 것은 물론 야당 요구까지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검찰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감수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갈수록 악화하는 여론의 압박 때문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박 대통령이 두 재단의 사업 내용까지 챙겨봤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져 검찰 안팎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수사에 협조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누구라도 잘못이 드러나면 책임을 져야 하고 저 역시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 사태 경위에 대해 설명해야 마땅하나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자칫 저의 설명이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해 오늘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뿐이며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를 핑계로 최씨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정 중단 안돼 - 정부 기능 회복해야…下野 요구에 선 그어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야권과 국민의 절반가량이 주장하고 있는 하야(下野) 등 퇴진 요구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돼야 한다”며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첫 대국민 사과 이후 ‘흔들림 없는 국정 운영’이라는 기조의 연장선상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맡겨준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원로 분들과 종교 지도자,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야당과 사전에 협의 없이 불쑥 던진 ‘김병준 총리 카드’가 야 3당의 반발로 새로운 정국 혼란의 불씨가 되고 있는 데 대한 간접적인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앞으로 여야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김병준 책임총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담화 직후 기자들에게 “박 대통령은 이미 김 후보자와 충분히 협의해 권한을 줬고 김 후보자도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의지를 표명하지 않았느냐”고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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