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전개될 외교지형과 관련된 각축전이 치열하다. 유럽은 벌써부터 미국의 유럽 중시 정책이 요망된다며 여론전을 펴고 있고 미국 내에서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흡입하고 있다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런 정세변환기를 맞아 동남아국들을 끌어들이려는 중국과 일본의 경제지원 물량공세까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자칫 한국 외교의 부재(不在) 혹은 고립적 상황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의 일만 하더라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중국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나집 총리는 “대국은 소국들을 공정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마치 미국을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말레이시아는 중국으로부터 군함을 구입하기로 했고 중국은 화답하듯 말레이시아 남부 철도 건설 공사를 맡기로 했다. 시진핑은 이어 대만 야당인 국민당의 훙슈주 주석과도 회담했다. 훙 주석은 야당으로서 양안 간 소통을 재개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이미 필리핀 두테르테의 사실상 충성맹세를 받은 중국이다. 동남아 각국 정상들을 순차적으로 만나면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중이다.

일본도 파상적인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그제 미얀마의 아웅산수지 여사와 회담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공적개발원조(ODA) 투자를 포함해 8조원 규모를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웅산수지 여사는 일본과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어제는 러시아와 30건의 경제 협력 안건들을 구체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모두 미국 대선이 끝난 뒤 벌어질 안보형세에 유리한 고지를 잡으려 혈안이다. 한반도와 북핵 문제는 이미 국제아젠다에서 사라진 듯한 상황이다. 갈수록 한국은 갈라파고스를 향해 간다. 실로 안팎으로 국가적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