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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주공화국의 생명' 이어갈 최선의 길

입력 2016-11-04 17:35:53 | 수정 2016-11-05 06:30:53 | 지면정보 2016-11-05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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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실공화국' 초래한 대통령의 거취
'정치적 자살'은 어떤 경우에도 안돼
헌법의 명령 따라 국회서 결정해야"

신중섭 < 강원대 교수·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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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 누란의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국민의 뜻이 아니라, 사인(私人)의 뜻에 따라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사인은 대통령의 신임을 돈으로 바꾸고, 자신의 사익을 채우는 데 급급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을 ‘순실공화국’으로 만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통령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취임 선서를 배반했다.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하지도, 대통령으로서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하지도 않았다는 국민적 의혹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것은 민주공화국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배반이고 헌법에 대한 배반이다. 비록 그 배반이 무지(無知)에서 나왔다 할지라도, 이 무지는 용서받기 어려운 무지다.

대통령의 헌법 배반을 두고 국민의 공분(公憤)과 의분(義憤)이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민주공화국이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이다. 민주공화국은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를 대비해 자신을 유지하고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내장하고 있다. 헌법은 대통령의 ‘궐위’에 대비할 방책을 스스로 명시하고 있다.

‘거리의 국민들’이 대통령은 스스로 도덕적 권위를 상실해 이미 국가 통수권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외치자, 눈치를 살피던 정치인들이 하나둘 이에 가세하고 있다. 대통령은 ‘하야(下野)해야 한다’는 함성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하야’는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보위’와 ‘헌정질서유지’라는 막중한 책임을 진 대통령이 선택할 길은 아니다. 민주공화국의 헌법에는 하야라는 말은 없다.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적 자살’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자살은 자신에게 불어 닥친 운명을 피하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는 있지만,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 하야는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이다.

헌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책을 명시하고 있다. 국회(헌법 제3장)는 정부(제4장)보다 앞서며, 제3장 제65조는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기관이니, ‘거리의 국민’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주인인 국민의 뜻’에 따라 자신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있으면 이를 밝히고, 법이 정한 바에 따라 ‘탄핵의 소추’를 의결하라는 것이 헌법의 명령이다.

헌법 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14조 1항에 따르면 궐위로 인한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의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후임자가 전임자의 남은 임기를 승계하도록 돼 있지만 대통령은 이런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모든 국가 기구와 공직자는 민주공화국의 성전(成典)인 헌법에 따라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헌법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망국(亡國)과 흥국(興國)의 갈림길에서 ‘민주공화국’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신중섭 < 강원대 교수·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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