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발표한 두 번째 대국민 담화에 대해 경제계 반응은 여러 갈래로 엇갈렸다. 이번 담화가 최순실 씨로 촉발된 정국 혼란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부터 내용이 기대에 못 미쳐 실망스럽다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분출됐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앞둔 국가가 최순실 씨와 같은 사람에게 흔들렸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 화를 내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수용한다고 했고 용서를 구했기 때문에 최소한 사태가 악화되는 건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대통령이 자괴감을 느낀다며 진정성 있게 사과했다”며 “앞으로 한국 정부가 좀 더 투명해지고 특정인의 비선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고 했다.

반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신임 국무총리에게 내치를 위임한다는 내용이 중요한데 (이번 담화에) 빠졌다”며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말하는 대국민 담화에서 이런 부분을 언급하지 않아 정국이 쉽게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부처 B과장은 “어차피 검찰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므로 사과 발언에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굿판을 벌이지 않았다’ 등 대국민 담화의 주요 내용이 과거 의혹 해명에 그친 것이 아쉽다”며 “국정을 이끄는 총리와 경제를 관장하는 경제부총리가 바뀐 마당에 인선 배경과 향후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정의 칼날이 더욱 날카롭게 기업으로 향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최순실 씨 연루 의혹만으로도 기업들은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 관계자들이 피의자가 아니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더라도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비선 실세 논란에 연루돼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정치 리스크가 기업들의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정부를 믿고 투자에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모든 대기업이 비리의 온상처럼 비칠까 걱정”이라며 “해외 시장에서 기업들의 신뢰도 하락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주완/김순신/오형주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