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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숨은 경제이야기] 왜 서울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많을까?

입력 2016-11-04 20:21:25 | 수정 2016-11-04 20:21:25 | 지면정보 2016-11-07 S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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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 KDI 연구원 kimmj@kdi.re.kr >
서울의 특징적인 도시 경관 중 하나는 겹겹이 혹은 층층이 쌓여서 마치 숲을 이루고 있는 듯한 빌딩들의 모습이다. 그중 서울의 거대한 아파트 단지들은 빌딩 숲의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밤이면 서울의 반짝이는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곤 한다. 아파트 단지의 주거 형태는 보유 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적합한 형태로 보여진다. 대도시는 보통 많은 사람이 모이지만 이에 비해 땅이 좁아 주거 공간이 부족하다. 주거지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토지 및 주택 가격은 나날이 높아지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층 형태로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대도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아파트는 서울 충정로에 있는 5층짜리 아파트로, 1932년 일제에 의해 세워졌다. 이 아파트는 ‘충정아파트’라는 이름으로 현재에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기사 이미지 보기

우리나라의 최초의 아파트는 서울 충정로에 있는 5층짜리 아파트로, 1932년 일제에 의해 세워졌다. 이 아파트는 ‘충정아파트’라는 이름으로 현재에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서울에 굳이 아파트 단지를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사실 세계적으로 한국의 아파트 단지 형태는 매우 특이한 형태로, 한국과 비슷한 사례를 찾기가 힘들다. 일례로 네덜란드나 벨기에, 프랑스 파리의 경우에도 협소한 영토에 비해 인구밀도가 매우 높지만 그 해결책으로 대규모 주택단지를 구성하지는 않았다. 파리 시내의 인구밀도는 약 2만1000명(2013년 기준)으로 서울의 인구밀도인 약 1만7160명(2014년 기준)보다도 높지만 파리의 경우엔 5~6층의 단층 건물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해외 많은 나라는 아파트 단지를 주로 저급 주거공간으로 여기거나 저소득층을 위한 보금자리로 생각하곤 하기에 한국에서의 아파트에 대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한국의 경우엔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 지방 소도시에서도 아파트 단지가 즐비하고 세련된 보금자리로 각광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아파트 단지는 언제부터 생겨났고, 인기를 얻게 됐을까? 한국의 최초 아파트는 서울 충정로에 있는 5층짜리 아파트로, 1932년 일제에 의해 세워졌다. 이 아파트는 ‘충정아파트’라는 이름으로 현재에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기능을 지니고 있고, 서울시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해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광복 이후에는 급속한 도시 발전과 서울로의 인구 집중이 증가하면서 주택문제가 발생하게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1959년 건설된 종암아파트를 시작으로 1962년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마포 아파트가 건립됐다.

이후로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를 해소하기 위해 아파트가 속속 생겨나곤 했는데, 사실 한국의 거대 아파트 단지 형성은 당시 경제정책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는 수도권 아파트의 대량 공급에 대한 내용이 큰 비중으로 포함돼 있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고, 급격한 도시화로 주택난이 심화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파트 건설 정책이 채택된 것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단기간에 대량의 주거지를 공급하기 위해 고안된 방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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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국은 급격한 도시화와 심화된 주택문제로 사회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주택난으로 일반주택에 여러 가구가 함께 사는 주거 형태가 많았고, 여러 가구가 한 집에 살다 보니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도 많았다. 게다가 세를 들어 사는 설움이 이슈화되며 본인 고유의 집을 갖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 도시의 주택 부족문제, 내 집 마련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등이 형성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책적 측면에서 아파트 건설이 촉진됐던 것이다.

우선적으로 1962년엔 우리가 흔히 ‘주공’이라고 부르는 대한주택공사가 정부 주도의 주택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대한주택공사는 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과 신도시 개발, 신시가지 건설 등에 힘썼다. 대한주택공사의 주도 아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이를 뒤따라 많은 건설 회사가 아파트 건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그야말로 아파트 건설 붐이 일어났다. 지방도시보다 인구밀도가 더 높은 서울에서부터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마포, 정릉, 홍제동, 한남동, 화곡동 등 지역에 소규모 아파트부터 대규모 고층 아파트가 생겨났다. 또한 당시 강북에 집중된 도시기능을 분산시키기 위해 한강 남동 지역 개발이 대두됐고, 정부 주도로 한강이남 지역에 대한 개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서울의 반포, 여의도, 잠실 등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형성됐다.

이후 서울은 목동 아파트 단지와 상계동 아파트 단지 등 신시가지를 도시 여러 곳에 신설하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구성해 인구분산을 하고자 했고, 1990년대에는 일산, 분당, 산본 등 서울 근처에 신도시를 기획해 아파트를 건설하고 주거도시를 형성하며 현재와 같은 아파트 공화국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형성된 한국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은 사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효율적인 부분이 많다. 규모의 경제란 생산 규모의 확대, 즉 생산요소의 투입량 증대에 따른 생산비 절약이나 수익 향상의 이익을 말한다. 특정 재화를 대규모 생산하는 경우 소량 생산할 때보다 생산 시 투입되는 평균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공급되는 가격 또한 더 낮아진다.

아파트 건설의 경우 대량의 단일 건축재료 사용, 동일 집 구조 활용 등으로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보다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도 대단지 아파트는 소규모 단지에 비해 얻는 이익이 상당하다. 입주민이 면적에 따라 나눠서 내는 공용관리비가 더 저렴하며, 주택거주단지 면적에 비례해 주변에 설치되는 주민공동시설의 혜택을 누리기도 수월하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인구밀집 문제, 주택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성된 한국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경제적 이익과 효율성이 상당하면서도 이제는 어느새 한국인의 주거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됐다. 혹자는 아파트의 삭막한 형태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한국의 아파트 문화가 우리 국민의 주거생활과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한 바는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민정 < KDI 연구원 kimmj@kd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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